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책임준공 경과일에 따라 배상 범위를 차등화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일을 하루만 지연해도 PF 대출을 전액 떠맡는 등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서다. 대구·전남 등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논의됐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완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건설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건설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책임준공 개선안’ 초안을 공유했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하는 의무를 지는 제도다. 자본금과 신용등급 등이 영세한 시행사 대신에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인데 건설사 입장에선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PF 대출을 떠안아야 해 부담이 상당했다. 실제 안산시 단원구에 물류센터를 지은 한 건설업체는 책임준공일보다 하루 늦게 준공했다는 이유에서 830억 원의 채무를 모두 인수하라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책임준공과 관련한 기한 연장 사유도 극히 제한적이다. 민간 공사 표준도급계약에서는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기한 연장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반면 PF 대출 책임준공 계약은 연장 사유를 전쟁과 천재지변 등 제한적으로만 인정해왔다.
금융당국은 이에 책임준공 기간이 지나면 시공사가 PF 채무를 100%를 인수하도록 하는 방식 대신에 기한 경과를 따져 배상 범위를 차등화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책임준공 기한~30일까지는 채무 인수 금액의 20%, 30~60일까지는 40%, 60~90일까지는 60%, 90일 이상의 경우 채무 전액을 인수하는 형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만 인정해주던 책임준공 기한 연장 사유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나 전염병, 근로 시간 단축 등 국내외 정세 변화와 정책 변경도 연장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기상이변으로 태풍·홍수·지진 등 예기치 못한 재해가 다수 발생하는 만큼 실제 공사에 영향을 미친 일수를 따져 책임준공 기한을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지방 미분양 대책의 핵심 대안으로 꼽혔던 DSR 규제는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치권과 지자체 일부에서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에 대해 DSR 적용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금융당국은 부동산 수요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 당국은 대안으로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과 관련 지방에 대해 적용을 일정 기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시중은행보다 높게 적용해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인 3.8%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방은행은 4~5%를 허용하는 방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