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숫자가 1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1만 개 선이 붕괴될 상황을 맞았다. 정유 업계와 각 주유소는 광고 대행업과 임대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1만 3004개로 최고치를 찍은 전국 주유소 숫자는 2016년 1만 1894개로 1만 2000개 선이 무너졌고 다시 6년 뒤인 2022년(1만 954개) 1만 1000개 선이 깨졌다. 지난해 말 현재 1만 644개가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 추세를 감안할 때 주유소 수가 향후 8000개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본래 수요에 비해 주유소가 많이 생겨나 시장이 과포화 상태였던 데다 높은 임차료와 전기차 확산으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대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내연기관 자동차는 2337만 대가 누적 등록돼 1년 전보다 27만 7000대 줄었다. 경유차가 39만 9000대 줄어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세를 이끌었다. 반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274만 6000대가 누적 등록돼 1년 만에 62만 6000대 늘었다.
휘발유·경유의 내수 물량도 2022년 2억 5200만 배럴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2억 5010만 배럴을 기록했다. 2040년까지 휘발유·경유 수요는 2020년 대비 37.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 업계는 줄어드는 수요를 극복하려 부가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HD현대(267250)오일뱅크는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광고 대행업을 추가했다. 주유소 내 주유기에 디지털 스크린을 부착해 광고를 송출하고 그에 따른 광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 55개 주유소에서 180대의 주유기에 광고물을 부착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한 창고 대여 서비스나 캠핑카 오폐수를 처리하는 덤프스테이션 사업도 실시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광고 플랫폼 사업은 직영 주유소뿐 아니라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에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주유소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078930)칼텍스는 편의점과 세차장, 차량 정비소가 결합된 복합 주유소 모델을 운영 중이다. 자영 주유소들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주유소 시설에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택배 서비스, 무인 세탁소 등을 입점시키고 있다.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를 표방하는 ‘에너지 플러스 허브’를 론칭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 에너지 플러스 허브에는 스마트 소형물류센터(MFC)를 설치해 인근 주민을 상대로 물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MFC는 물품의 입고·보관·출고를 모두 자동화했다. 물류센터에 설치된 6대의 로봇이 하루 3600개의 물품을 자동 처리한다.
에쓰오일은 2020년 초 공유 전기 자전거 업체와 제휴해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노브러시 자동 세차 등 특화 세차 사업과 이마트24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맞춤형 편의점 사업, 커피·피자 브랜드 입점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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