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 발표한 상장폐지제도 개선책에 대해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VC 37곳의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가총액·매출액 등 상장 요건을 최대 10배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상장폐지제도 개선책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은 62.2%로 집계됐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29.7%였다. 앞서 금융 당국은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중 하나인 시가총액 요건을 현행 4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2026~2028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 경우 지난해 실적 기준 코스닥 137개사가 상장폐지 대상이다.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일부 우려도 포착됐지만 대다수가 “‘좀비기업’들 때문에 VC가 투자한 회사까지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한 VC 대표는 “상폐 기준을 높여 상장만 하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대주주들을 견제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향후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는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VC들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40%까지 늘리도록 한 개선책에 대해서는 56.8%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긍정 비율은 29.7%였다. 금융 당국은 올 7월부터 기관 배정 물량의 30~4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초기 투자자인 VC가 IPO 최종 단계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 관련 개선안에 부정적 태도를 나타낸 것은 시장 전반의 투자 위축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한 VC 대표는 “기관 희생만 강요하면 공모주 수요예측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개인들이 단기 이익에만 치중하는 시장 분위기의 정상화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 심사 과정에서 VC 보유 물량에 보호예수를 걸라는 요청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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