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미국 대표지수 상품 2종의 분배금을 고의 축소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혁신 상품’ 개발을 주문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사태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10일 미래에셋운용은 투자자 안내 사항을 통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1월 분배금에 대해 “새로운 과세 체계 적용 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보수적으로 책정 지급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분배금을 축소 지급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TIGER 미국S&P500 분배금은 지난해 4분기 65원에서 올해 1분기 45원으로 30.7% 줄었고 TIGER 미국나스닥100도 180원에서 70원으로 61.2%나 감소했다. 올해 펀드 외국 납부세액 과세 방법 개편 사항을 반영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계좌 내 이중과세 이슈 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분배금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같은 상품을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등은 전 분기와 동일한 분배금을 지급했다.
미래에셋운용 측은 다른 운용사들이 과잉 분배했다는 입장과 함께 두 상품의 수수료를 0.0068%로 대폭 낮추면서 대응했으나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소득세법상 유보 가능한 이익을 제외한 배당금은 해당 연도에 모두 분배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인 손실이 없더라도 사전 예고 없이 분배금을 줄인 것은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TIGER 미국S&P500은 1월 말 발생한 분배금 65원 중 45원을 지급하고 남은 20원과 3개월 이자 수익을 4월 말에 반영하기로 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 역시 발생 분배금 243원 중 지급되지 않은 173원은 4월 말에 얹어주기로 했다. 분배금 지급과 관련해 혼선을 일으킨 미래에셋운용은 향후 해당 기간에 발생한 분배 재원은 전액 분배하고, 주요 펀드 분배금을 지급할 때 분배 가능 재원 및 분배 금액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분배금 관련 원칙도 내놓았다.
한편 이날 미래에셋운용은 3~4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ETF 랠리 2025’에서 박 회장이 “시장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존에는 없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킬러 프로덕트’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ETF 랠리는 미국 등 전 세계의 미래에셋운용 ETF 담당 주요 임직원들이 모이는 자리다. 미래에셋운용은 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수수료 인하 경쟁을 본격화하며 ETF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도 수수료 인하로 맞불을 놓자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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