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풀 필드 대회인 파운더스 컵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선수는 준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일 것이다. 지난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한 해를 보낸 터라 지금 무척 우승에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진영 못지않게 이번 대회 성적에 아쉬움을 곱씹을 선수가 또 있다. 공동 13위로 경기를 마친 이정은6다. 2019년 투어에 데뷔해 작년 처음으로 한 번도 톱10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12위가 지난해 최고 성적이었다. 2023년에는 딱 한 번 10위 이내에 들었는데, 10월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공동 5위였다.
1년 반 만에 기대했던 톱10에는 실패했지만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는 건 이정은6 자신이나 그를 응원하는 골프팬 모두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이정은6는 10일 미국 플로리다 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파운더스 컵 최종일 3언더파 68타를 기록해 이소미 등과 함께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2년 중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무엇보다 버디 사냥 본능을 되찾은 모습이 긍정적이다. 이정은6는 이번 대회에서 최종일 5개를 포함해 모두 버디 18개를 잡았다. 첫 날 잡은 7개 버디 중에는 3연속 버디도 있었다.
이정은6는 원래 버디 사냥 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2017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평균 버디 1위에 올랐고 2019년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길 때만 해도 평균 버디 8위로 뛰어났다. 하지만 작년에는 평균 버디 부문에서 152위까지 떨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아쉬운 건 ‘무빙 데이’인 3라운드에서 버디를 2개 밖에 잡지 못한 것과 보기가 총 9개로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수 관리 면에서 아직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정은6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잡초 근성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내 투어로 복귀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못하는데 어떻게 국내에서 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다.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이번 시즌을 준비한 만큼 골프팬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최종일 3타를 줄인 재미동포 노예림이 생애 첫 우승(21언더파 263타)을 차지했고 타수를 줄이지 못한 고진영은 단독 2위(17언더파 267타)로 대회를 마쳤다.
임진희가 공동 4위(13언더파 271타)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공동 7위(12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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