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후 첫 거래에서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를 한 달 간 유예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관세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 금리 상승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다만 장 마감 후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도 한달간 유예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상승하는 등 엇갈린 흐름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22.75포인트(-0.28%) 하락한 4만4421.9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5.96포인트(-0.76%) 내려간 5994.57에, 기술주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39.49포인트(-1.2%) 빠진 1만9391.9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세계 통상질서가 재편되고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전방위 관세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우지수는 개장 초 한때 낙폭을 1.5%까지 키웠고, 나스닥 지수는 하락 폭이 한때 2.5%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멕시코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 달간 유예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 지수가 오름세로 전환했지만 결국 하락 마감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국경에 군인 1만 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약속하면서 관세 유예가 결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를 두 나라 국경을 통한 불법이민자·마약 유입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장 마감 이후에는 캐나다에 부과하는 관세도 한 달 유예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쥐스탱 트리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1만 명의 관리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펜타닐 차르’를 임명해 국경을 통한 미국 내 마약 이동을 막는데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다우존스지수는 0.12% 상승 거래되고 있다. 다만 S&P500과 나스닥 선물은 여전히 0.2% 안팎에서 하락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자동차 등 관세에 영향을 받는 업종이 대체로 하락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3.15% 하락했으며 포트와 스텔란티스는 각각 1.88%, 3.88%하락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급망은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관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테슬라의 주가도 5.17% 하락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판매 차량은 미국에서 조립하지만 모델Y 부품의 15%는 멕시코에서 조달 받고 있다. 또 다른 전기차 생산업체인 리비안의 주가는 2.4% 내렸다.
멕시코에서 맥주를 수입하는 컨스텔레이션브랜드의 주가도 3.53% 내렸다. 이 회사는 미국 내 점유율 1위 맥주인 모델로를 비롯해 코로나 등의 맥주를 유통하는 업체다. 파이프샌들러는 컨스텔레이션의 등급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 가격도 245달러에서 2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종가는 177.18달러였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기간 별로 엇갈렸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8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63%에 거래됐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2.4bp 내린 4.542%를 기록했다. 단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장기 국채 수익률은 하락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불러 온 후 결국 약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금리를 더 오랫동안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강경한 통화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커지고 이에 시간이 갈 수록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도 줄어들어 장기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고 시장은 반응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시사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전월 49.2보다 개선됐다.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세에 있다는 의미다. S&P글로벌이 내놓은 1월 제조업 PMI 확정치도 51.2로 전월 50.1보다 나아졌다. 다만 이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 조사인 만큼 추후 향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ISM의 티모시 피오레가는 “관세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계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를 한 동안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는 “통화 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특히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추가로 금리를 조정할 만큼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이날 지난해 9월 이후 100bp의 금리를 내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앞선 완화 조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보아야 한다”며 “데이터에 따라 우리가 (다음 인하까지) 잠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가상자산은 엇갈렸다. 비트코인은 증시 종료 시간 현재 24시간 전 보다 4.3% 오른 10만20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더는 3.4% 내린 2858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유가는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72.53달러 대비 0.63달러(0.87%) 상승한 배럴당 73.1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29달러(0.38%) 상승한 75.96달러에 마무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