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시계도 다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조 단위 M&A는 2016년 미국의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 개점 휴업 상태였다. 특히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와 로봇,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서 적극적 베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진단이다.
삼성전자의 투자처로는 우선 바이오가 거론된다. 이 회장이 ‘10년간 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제2의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는 등 바이오 산업을 삼성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파트너십 및 M&A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봇 영역에서도 빅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설립해 로봇 기술에 대한 공격적인 연구와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외 소프트웨어·플랫폼 부문에 강점이 있는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국내 유망 AI 로봇 플랫폼 업체와의 투자·협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각국이 반도체를 전략 육성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지만 팹리스 등 반도체 기업 인수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언 등의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팹리스 기업이 인수되면 최근 위기를 겪는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사업으로서는 분위기 전환과 함께 새로운 인재를 수혈받을 수 있고 기존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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