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정책에 3일 글로벌 증시와 원화·채권·가상자산까지 급락하는 등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1기 때와 달리 중국을 넘어 동맹국으로까지 향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고관세정책이 물가와 금리 발작을 일으킬 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부문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금융시장의 충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이 총 1조 2450억 원가량을 투매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가 2.52%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9일(-2.78%) 이후 최대다. 코스닥지수도 3.36% 하락한 703.80으로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가 4% 넘게 떨어졌으며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다수가 크게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해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유럽연합(EU)에도 곧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전선을 넓혔다. 반도체·철강·자동차·의약품 등의 제품에 부문별 관세 부과도 예고하면서 일본의 닛케이와 대만의 자취엔 지수도 각각 2.66%, 3.53% 주저앉았다.
관세가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 채권금리는 급등했고 원화 가치와 가상자산도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467.2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비트코인은 한때 9만 1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트로이온스당 2798.59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관세 조치가 예상보다 빨라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품목별 관세는 협상으로 경감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협상을 통해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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