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대를 잡은 더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디자인과 성능, 편의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만족감이 높았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 라인업에서 엔트리 모델에 해당하는 차량으로 ‘작지만 강한 차’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4월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거듭나면서 각종 최신 기술까지 더해졌다. 시승 모델은 상위 트림인 P250 다이내믹 SE 모델이다.
외관을 보면 레인지로버 디자인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섬세한 변화를 가미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면 그릴은 좌우로 얇게 뻗은 직사각형을 채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헤드램프와 조화를 이뤄 시선을 사로잡았다. 측면에서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로 날렵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지붕이 마치 떠보이는 듯한 ‘플로팅 루프’도 레인지로버 고유의 디자인 요소다.
차량 내부로 들어서면 절제미가 돋보인다. 우선 센터 콘솔에 있는 11.4인치 커브드 글래스 터치스크린은 운전자 눈높이에 맞는 위치에 자리 잡아 편안한 시인성을 확보했다. 물리 버튼도 시동 버튼과 비상등 버튼 단 두 개로 최소화했다. 덕분에 센터 콘솔에는 더 넓은 수납 공간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 실용성을 높였다. 더욱 간결해진 신형 기어 봉과 편안한 가죽시트, 도어 포켓의 은은한 무드등이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 냉난방 등 차량 제어를 위한 모든 기능은 중앙 터치스크린에 통합됐다. 기존에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들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려고 신경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내 온도 조절이나 내비게이션, 오디오 볼륨 조절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화면 사이드 바를 통해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차량 제어를 위한 기능의 90%는 단 두 번의 터치만으로 실행 가능하다.
1열과 달리 2열 공간은 넉넉하진 않다. 전장은 기아의 셀토스보다 짧지만 전폭, 전고, 축간거리는 더 넓고 길다. 실제로 탑승했을 땐 레그룸과 헤드룸이 다소 좁았다. 다만 자연광으로 실내를 채워주는 파노라믹 루프는 이런 단점을 상쇄하는 개방감을 선사했다.
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더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작은 차체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강한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량에는 인제니움 2.0리터 I4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적용해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37.2㎏·m의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동급 차량과 비교해 무거운 무게(1930kg)임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7.6초로 날렵한 속도를 낸다. 엔진에는 연속 가변 밸브를 적용해 열리는 범위를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 엔진 펌프의 손실을 최소화해 출력과 토크를 최적화했다.
이런 주행 성능을 토대로 일반 도로와 고속 도로 위에서도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치고 나가면서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 좁은 길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중앙 스크린에 운전자 시야로 확인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비춘 화면이 뜨면서 쉽게 빠져 나가도록 뒷받침했다.
오프로드 주행 역량도 가늠할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젖어 있는 비포장 경사로에 진입했을 때 균형 잡힌 서스펜션은 충격을 흡수하며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차량에 탑재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는 운전자가 주행 환경에 맞는 지형 프로그램으로 설정해 엔진 반응이나 트랙션 컨트롤 개입 등을 조정한다. 컴포트, 에코, 잔디-자갈-눈, 머드, 샌드, 다이내믹, 자동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모드는 엔진, 변속기, AWD 시스템, 서스펜션, 스태빌리티 컨트롤 시스템의 설정을 변경해 최적의 견인력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더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P250 S와 P250 다이내믹 SE 모델 총 두 가지 트림으로 제공된다. 판매 가격은 P250 S 트림 7420만 원, P250 다이내믹 SE 트림 814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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