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010130) 대표이사 사장이 MBK파트너스를 향해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 놓겠다"며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첫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MBK의 경영참여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채 영풍(000670)과는 선을 긋는 모습도 내비쳤다.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사장은 이 같이 말하고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는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더욱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언제든 만들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를 더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MBK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고려아연 전 임직원과 기술진 그리고 노조는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 발발 130여일만에 나온 첫 화해 제스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영풍의 의결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끝에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수 제한 △최 회장측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분석도 크다.
박 사장은 특히 "금융자본(MBK)과 산업자본(고려아연) 간 깊은 이해를 섞을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도 "MBK가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충분히 고민하셔야 할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MBK가 주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성격의 '바이아웃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간극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 결정적 이유가 된 선메탈코퍼레이션(SMC) 관련, MBK와 결정적인 시각차도 드러냈다. 최 회장 측은 이달 22일 보유중이던 영풍 지분 10.33%(19만 주)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 회사인 호주 소재 SMC에 장외 매각했다. 그러자 영풍그룹에 순환출자 관계가 형성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25.42%)에 대한 의결권이 즉시 제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MBK는 SMC가 해외 소재 주식회사여서 관련법상 의결권 제한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본질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상호 출자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은 다르게 적용해야 하고 SMC는 주식회사가 맞다"고 MBK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 상대측 의결권 제한 목적이 아니라 "회사(SMC, 고려아연)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영풍의 PBR이 0.2배 미만인데다 과거 3년 최저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샀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MBK와 화해의 길을 열겠다면서도 영풍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영풍과의 화해 가능성 질문에 "(영풍이 원하고 있는 고려아연) 의결권 회복은 뚜렷한 안이 없어서 현재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또 "황산 문제는 당장 행정 개선명령을 안따를 수 없어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저희의 시설을 다른 대책 없이 이용하고 있는데 좀더 자구책을 마련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