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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MBK에 화해 제스처 보냈지만…진정성 의구심 평가도[시그널]

박기덕 사장 "MBK 경영참여 길 열겠다"

영풍에 '상호주 제한' 조치, 위법·탈법 주장엔

"SMC는 주식회사…영풍 미래 보고 투자" 일축

영풍과 화해는 선긋기 "황산 문제 자구책 마련해야"

24일 오후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왼쪽부터 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 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010130) 대표이사 사장이 MBK파트너스를 향해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 놓겠다"며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첫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MBK의 경영참여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채 영풍(000670)과는 선을 긋는 모습도 내비쳤다.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사장은 이 같이 말하고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는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더욱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언제든 만들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를 더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MBK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고려아연 전 임직원과 기술진 그리고 노조는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 발발 130여일만에 나온 첫 화해 제스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영풍의 의결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끝에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수 제한 △최 회장측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분석도 크다.



박 사장은 특히 "금융자본(MBK)과 산업자본(고려아연) 간 깊은 이해를 섞을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도 "MBK가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충분히 고민하셔야 할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MBK가 주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성격의 '바이아웃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간극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 결정적 이유가 된 선메탈코퍼레이션(SMC) 관련, MBK와 결정적인 시각차도 드러냈다. 최 회장 측은 이달 22일 보유중이던 영풍 지분 10.33%(19만 주)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 회사인 호주 소재 SMC에 장외 매각했다. 그러자 영풍그룹에 순환출자 관계가 형성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25.42%)에 대한 의결권이 즉시 제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MBK는 SMC가 해외 소재 주식회사여서 관련법상 의결권 제한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본질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상호 출자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은 다르게 적용해야 하고 SMC는 주식회사가 맞다"고 MBK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 상대측 의결권 제한 목적이 아니라 "회사(SMC, 고려아연)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영풍의 PBR이 0.2배 미만인데다 과거 3년 최저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샀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MBK와 화해의 길을 열겠다면서도 영풍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영풍과의 화해 가능성 질문에 "(영풍이 원하고 있는 고려아연) 의결권 회복은 뚜렷한 안이 없어서 현재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또 "황산 문제는 당장 행정 개선명령을 안따를 수 없어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저희의 시설을 다른 대책 없이 이용하고 있는데 좀더 자구책을 마련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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