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까지만 해도 20% 안팎이었던 고액자산가들의 평균 달러 자산 비중이 현재는 35~40%까지 늘었고 올해에는 40%를 넘길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미국 장기채와 인공지능(AI)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 등에.대한 투자를 추천하고 있는데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자산과 관련해서는 고객들도 거의 문의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본사에서 만난 유관선(44·사진)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3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의 올해 자산 전략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워낙 탄탄하다 보니 부유층도 올해에는 해당 지역 주식·채권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지점장에 따르면 현 고액자산가들의 달러 자산 비중은 15~20% 수준인 일반 자산관리(WM) 서비스 고객의 2배에 이른다.
유 지점장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패밀리오피스에서는 달러 자산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고액자산가들이 미국 투자처로 자산을 많이 옮기고 있는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채, AI 시장에 잘 안착하는 새 빅테크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는 부유층의 자산을 가문·개인별로 관리해 주는 종합 거점이다. 지난해 1월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내에 2개 지점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유 지점장이 이끄는 3지점은 이 센터에 고객 수가 급증함에 따라 신설된 조직이다. 유 지점장은 지난해까지 총 9개의 일반 SNI 지점 가운데 하나인 서울 도곡점 지점장을 맡다가 올초부터 SNI패밀리오피스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센터 3개 지점에 지점장을 제외한 프라이빗뱅커(PB)만 총 21명에 달한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자산 30억 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SNI’ 서비스를 출시했고 2020년부터 그 범위를 자산 1000억 원 이상 가문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로 넓힌 바 있다.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규모는 현재 107개 가문, 자산 30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유 지점장은 “3지점이 관리하는 가문 수를 올해 안에 현 9개에서 2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가문당 자산이 평균 1500억~2000억 원 수준이라 상반기 안에 차별화된 고액자산가 전용 글로벌 사모펀드를 주식·채권형 1개씩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은 최소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하지 못하는 사모 대체자산 상품 투자 비중도 늘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유 지점장은 국내 자산과 관련해서는 그나마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장기 국채 투자가 유망하다고 지목했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서는 반도체·2차전지 등 주력 산업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 있어 미국 만큼 호황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 지점장은 “국내 주식을 다 덜 필요는 없지만 선별은 해야 한다”며 “국내 투자는 차라리 롱숏펀드(주가 등락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지점장은 고액자산가일수록 변동성 장세에 휘둘리지 않고 산업·경제의 큰 흐름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인수합병(M&A) 컨설팅, 신규 투자처 발굴 등 신흥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비재무 서비스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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