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표 대결을 벌인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로, 결과에 따라 어느 쪽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 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주주는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이는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나 지배구조 개편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집중투표제를 제안하며 이를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재 지분 구도는 영풍·MBK 연합이 46.72%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19.95%)과 우호 지분(19.21%)을 합쳐 약 39.16%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열세인 지분율을 극복하고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집중투표제를 저지하고 우세한 지분율을 기반으로 이사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최 회장 측은 최소 4명의 추가 이사를 확보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영풍·MBK 연합은 기타 지분 일부만 확보해도 원하는 후보를 선임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번 안건은 정관 변경 사안으로 특별 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상법상 '3% 룰'이 적용되어 대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이는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영풍·MBK 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4.51%)은 이미 집중투표제 찬성을 밝히며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가 소수 주주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더 대표성 있는 이사회 구성을 촉진할 것이라며 찬성했다. ISS는 이번 경우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영풍·MBK 연합은 집중투표제가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21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는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양측 간 대립이 오는 3월 정기주총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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