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가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을 상장폐지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하자 소액주주들이 반발했습니다. 지분 69.64%를 가진 어피너티가 제시한 나머지 지분 30.33%에 대한 공개매수가격 8750원이 너무 낮았기 때문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76배 수준으로 청산가치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그간 실적 부진으로 락앤락 주가도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소액주주 반발에 상장폐지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하자 어피너티는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섰습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지분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해 소액주주 지분을 모회사 지분이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돕니다. 이를 통해 어피너티는 결국 지분 100%를 확보했고, 락앤락은 지난해 12월 9일 상장폐지 됐습니다.
지난해 락앤락처럼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쌍용C&E, 티엘아이, 커넥트웨이브, 제이시스메디칼, 신성통상, 비즈니스온 등도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마쳤거나 추진 중입니다. 티엘아이와 신성통상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외 사모펀드가 공개매수 주체로 등장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각 2건 수준이었는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락앤락 사례처럼 공개매수가격 적정성이나 소액주주 권익 침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이후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 36건을 분석한 결과 공개매수가가 주당순자산에 미달하거나(36%) 공개매수 이후 이전 대비 평균 24.5배에 이르는 거액배당을 실시한 것(42%)으로 나타났습니다. 발생회사가 해당 공개매수가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 제기되자 결국 금융감독원이 나섰습니다. 지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 당부사항을 통해 “최근 사모펀드 중심으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현행법상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관련 규정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전제로 만든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공개매수는 지배권 이전이나 강화를 목적으로 한 주식매수가 있을 때 소액주주에 보유주식의 매도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한 것이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도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금 교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이용하면 지배주주는 지분이 최소 33.4%(최대 66.7%)만 있어도 가격에 대한 공정성 평가 없이 소액주주 축출이 가능합니다. 상법에 도입된 지배주주 매도청구권(강제매수)과 비교했을 때 주식교환 대가로 지급되는 현금의 구체적인 산정 근거나 감정인 평가도 필요 없습니다. 주요국 사례를 살펴보면 관련 정보의 구체적인 공시와 적정한 가격산정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갖춰놓았습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은 공개매수 공시를 강화해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일정 비율의 프리미엄’이라며 %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해당 가격을 산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산식과 설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공개매수 회사의 이사회가 의무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필요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이를 자율로 정하고 있어 15년 동안 공개매수 관련 이사회 의견서가 제출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 제도와 관련해서도 가격 공정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 대가가 ‘주식’이 아닌 ‘현금’일 경우엔 소액주주가 축출되는 만큼 현금을 선택한 이유와 금액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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