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였던 1일 코스닥 상장사 우양(103840)은 난데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나온 ‘김밥 통째로 먹기’ 챌린지가 전 세계 20개국에 냉동김밥을 수출 중인 우양 주가를 띄운 것이다. 중국에서 냉동김밥 열풍을 주도 중인 풀무원(017810) 주가도 최근 11거래일 만에 33.1%가 올랐다. 최근 국내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친 케데헌 열풍의 단면이다.
6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케데헌은 누적 시청 건수 1억 5880만 회를 기록해 전체 영화 흥행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최고 순위다. 3위 ‘돈 룩 업(1억 7140만 회)’이 공개된 지 4년 이상 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등장한 케데헌의 순위는 더 상승할 수 있다.
케데헌은 가상의 인기 K팝 3인조 걸그룹인 ‘헌트릭스’가 악령에 맞서 세계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 자본이 투입된 미국 제작사 소니픽처스가 제작하고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콘텐츠지만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케데헌 인기가 지속되자 콘텐츠 자체의 인기를 넘어 캐릭터·음식·배경 등 한국적 소재들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에 나오는 한의원·남산타워·성곽길은 물론이고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참여한 걸그룹 트와이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갈수록 파급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케데헌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 종목들이 들썩이자 증권가에서는 ‘케데헌 테마주’를 찾는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김유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으로써 인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패션·관광 등 문화 전반에 걸쳐서 소비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데헌의 수혜가 가장 큰 업종은 단연 엔터테인먼트다.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주요 4개사의 합산 월간 청취자 수는 2억 5500만 명으로 전월 대비 21.8%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리딩투자증권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목표주가를 11만 5000원으로 64.3% 높이고, 삼성증권이 JYP엔터테인먼트의 목표가를 9만 4000원으로 8% 올리는 등 상향 조정이 줄줄이 이뤄지고 있다.
한동안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이유로 조정을 받던 엔터테인먼트 종목들은 이달 들어 다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11.8% 올랐고 에스엠(041510)(6.1%), JYP엔터(9.0%) 등도 상승 흐름을 탔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 OST의 차트 상위권 진입은 일반 대중들도 K팝을 듣는다는 의미로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 2017년 BTS DNA에 이은 세 번째 변곡점”이라며 “잠재 시장을 넓혀가는 흐름이 확인된 만큼 리레이팅(재평가)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파라다이스·GKL·롯데관광개발 등 레저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883만 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상반기(844만 명) 수준을 넘어섰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 등 K콘텐츠 흥행에 따라 한국 관심도가 커지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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