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등 공조수사본부가 15일 이른 새벽부터 각종 방어 요소를 갖춘 ‘철옹성’ 뚫기 작전에 돌입, 숨 가쁜 과정 끝에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이후 공조본이 세운 사전 준비, 인력 증원, 경호처 흔들기 등 각종 대비책이 2차 집행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공조본은 15일 오전 3시 30분부터 체포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경찰은 새벽부터 안전 관리를 위해 서울경찰청 기동대 60개 부대 중 54개 부대, 3200여 명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투입했다. 경찰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관저로 향하는 일부 지지자들을 막고 정문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오전 4시 10분께부터 하나둘 한남동 관저 정문에 도착하기 시작한 공조본은 이내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듣고 온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김홍일·윤갑근 등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마주했다. 이들이 ‘불법 체포영장 집행’이라며 막아서자 공조본은 오전 5시 10분께 대통령 경호처에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하고 “불응할 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말한 뒤 본격적으로 영장을 집행했다.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 공조본은 국회의원 등을 강제 해산하고 경내에 진입했지만 이내 버스 차벽 등으로 만들어진 1차 저지선에 가로막혔다. 그러자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장비들이 나왔다. 경찰은 정문에 놓인 버스는 사다리를 이용해 넘어갔고 우회로인 매봉산 등산로 쪽에 설치된 철조망은 절단기로 해결했다.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는 크레인 등 중장비도 대기시켜 놓았다.
공조본은 체포영장을 제시한 지 2시간 만인 오전 7시 32분께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그 후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1차 저지선을 넘고 15분여 만인 오전 7시 48분께 공조본은 우회로로 돌아 2차 저지선을 지나갔다. 그로부터 30여 분 뒤인 오전 8시 24분께 3차 저지선인 관저 초소 철문도 통과했다. 공조본 검사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윤갑근 변호사와 함께 관저로 들어가 체포영장 집행을 조율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겠다’며 2시간가량을 관저 내부에서 버텼다. 공조본 또한 ‘체포영장 집행이 원칙’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오전 10시 33분 공조본은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차 집행에 실패한 공조본이 이날 5시간 20여 분 만에 영장 집행을 마친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 요인은 ‘사전 준비’다. 1차 집행 당시 공조본이 관저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보수단체 집회가 인근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2차 집행 때는 서울청 기동대가 공조본 도착 1시간 전부터 인근 도로와 정문을 통제하고 진입로를 마련하는 등 사전 준비를 마쳤다. 기동대 투입 인원 또한 2700명에서 3200명으로 대폭 늘었다.
두 번째는 ‘경찰 주도의 영장 집행’이다. 체포영장 집행 경험이 부족한 공수처가 주도한 1차 집행 때는 공수처 30여 명, 경찰 120여 명이 관저에 투입됐다. 차벽 등 저지선을 뚫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경호처와 대치 때도 경찰이 현행범 체포를 주장했지만 공수처가 이를 만류하는 등 적극적인 집행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집행에서는 체포 경험이 풍부한 경찰이 주도권을 쥐고 구체적인 계획을 짰으며 경찰 투입 인력을 1100여 명으로 대폭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차벽과 철조망 등 장애물은 기구를 사용해 빠르게 통과했다.
마지막으로는 경호처의 ‘사실상 협조’가 꼽힌다. 앞서 경찰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소환 조사하며 경호처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에 경찰은 ‘불응 시 분산 호송, 협조 시 선처’ 등 계획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등 심리적으로 경호처 직원들을 흔들었다. 이에 동요한 경호관들은 김성훈 경호차장 등 강경파의 공조본을 막으라는 방침에도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휴가를 사용하는 등 집행 저지를 피했다.
영장 집행에 성공한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경호처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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