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정상들이 신년사를 통해 내부 단결과 안보를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려는 ‘자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집권 25주년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는 모호한 말로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은 “모호한 연설”이자 “허세”라며 그의 연설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난 등 당면한 현실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푸틴 대통령의 신년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2022년 침공 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한 어조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는 “평화는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항전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힘이 있어야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받고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과 대만은 신년사를 통해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호혜와 존엄의 원칙에 따라 중국과 건전하고 질서 있는 교류를 희망한다”면서도 중국이 본토인들의 대만 관광과 대만 유학을 제한하면서 양안 간 정상적인 상호 작용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하루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어느 누구도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막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공식 반응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장기화된 경제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경제의 운용은 일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고, 외부 환경에 불확실성이라는 도전이 있으며, 옛 동력과 새 동력의 전환에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껏 비바람의 세례 속에 성장했고 시련을 거치며 장대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두 자신감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해외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유럽은 자국 안보와 방위를 다른 강대국에 위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이들이 정한 무역 규칙, 상호주의나 미래 대비 없이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는 2025년 새해를 맞아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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