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있어 불확실성이란 안개와 같다. 그런 만큼 새해 우리 경제가 순항할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힘들지는 향후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려 있는 만큼 예측이 쉽지 않다.
일단 그래도 경제 전망을 해보도록 하자. 첫째, 금융시장부터 살펴보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당연히 환율이다. 계엄 초 14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00원대 후반으로 5% 정도 상승했다. 당분간 이러한 환율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1550원 선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증시는 상승 곡선을 그렸던 국정 농단 사태 때와 달리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주력 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삼성전자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주가 하락 시 이를 받쳐주던 개인들이 미국 증시로 옮겨 간 만큼 반등을 이끌 주체가 없다. 따라서 주가 역시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채 금리 또한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을 앞두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데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시장 금리가 0.25%포인트 정도 뛰었는데, 이러한 추세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환율을 제외하고는 증시안정기금이나 채권안정기금 등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만큼 그리 염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문제는 실물경제다. 특히 2025년 상반기 내수 부문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이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투자는 그렇다 쳐도 가장 타격을 입는 부문은 민간 소비이고 이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수출 역시 환율 변동성 확대에 트럼프 집권으로 부진이 불가피하다. 종합하면 이번 정치 사태로 2025년 경제성장은 1% 후반대에서 1% 중반대로 내려앉았다고 볼 수 있으며 상황이 더 극으로 치달을 경우 1% 초반대까지 밀릴 수 있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어떻게든 이번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에 한마디만 부탁하자. 싸우든 뭐하든 제발 자영업자들만은 좀 지켜주기 바란다. 주요국 중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경제인 만큼 이들을 살리는 것이 곧 민생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온누리상품권이든 지역화폐든 할인율을 30~40%까지 대폭 높이고 만기를 최소화해 발행하든지, 아니면 새해 1분기 카드 사용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든지 해서 재정을 쏟아부어서라도 어떻게든 소비를 진작시켜줘야 한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을 초저리로 연장해주기 바란다.
또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트럼프를 만나야 한다. 보호무역의 칼날을 갈아왔던 트럼프의 집권을 앞두고 각국 정부 수반들이 속속들이 알현하듯 어떻게든 불이익을 줄이려고 방문하는 와중에 주요국 중 우리만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수출이 경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미국과의 교역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트럼프 집권 5년 내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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