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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AI 기술 혁신, 낙관과 비관 사이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 이슈로 혼란과 불확실이 가중되는 속에서 반가운 뉴스가 하나 있었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의 지난주 방한 소식이다. 역사학과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든 통찰을 흥미롭게 보여준 그답게 이번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의 저변을 고민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줬다.

하라리 교수는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역사적으로 혁명적 기술이 나왔을 때 기술혁명의 결과보다 그 결과에 어떻게 도달했는가가 언제나 문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AI혁명 이후 우리가 어디에 닿을까보다 거기에 닿는 과정을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 모두를 경계하면서 기술 혁신에 따라 인류가 맞닥뜨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의 중요한 과제를 다양하게 짚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기술 혁신의 과정과 결과 모두 낙관하는 입장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런 방향으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그 흐름에서 AI 기술만 예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대담에서 하라리 교수가 언급한 산업혁명 당시의 상황만 떠올려도 그렇다. 8세 아이까지 공장으로 밀어넣은 당시의 비참함과 참혹함, 열악한 환경은 믿기 힘든 수준이지만 그것을 극복·개선·보완하는 교육·노동·복지 관련 법·제도·시스템이 제안되고 적용돼 오늘에 이르렀다.

증기기관을 적용해 마차를 대체한 자동차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자동차의 편리는 교통사고나 대기오염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지만 인류는 이를 예방하고 수습하는 새로운 정책도 같이 내놓았다.



AI 기술이 들어간 자율주행차 역시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다. AI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는 앞으로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고 하라리 교수는 단언했다. 대신 인류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인류는 그것을 막는 또 다른 기술이나 제도 또한 고안해낼 것이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과 낙관은 영화 포스터의 문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제도 차원의 기술 보완 역사도 신뢰하지만 기술 발전의 효과 또한 쓰임에 따라 사회·경제·문화적 격차를 줄일 수 있다. AI가 범용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예컨대 과거 왕족이나 귀족처럼 높은 신분의 사람만 마차를 타면서 교통 편리를 누렸던 것을 떠올려보자. 이제는 대중화된 자동차로 누구나 그 편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전깃불이 발명되기 전까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어둑한 밤을 보내야 했던 역사도 떠올려보자. 기술 혁신이 평등한 사회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 기득권이 독점해온 편리를 나머지 계층도 누리거나 맛볼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줄 수단인 것도 분명하다.

장밋빛 전망만 나열하기에는 정치의 할 일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칼이나 불처럼 기술은 결국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선용될 수 있도록, 또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독려할 의무가 정치에 있다.

공동체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100여 년 전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뉴딜 정책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독일에서는 왜곡된 전체주의가 나타난 바 있다. 기술 혁신 역사에서는 다소 비켜나 있지만 당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체의 선택이 한 나라의 단기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 사례라 할 만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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