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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유동성 급감에 제동…"영국식 국채 쇼크 경계" [글로벌 왓]

■연준 국채감축한도 '250억弗→50억弗'

감세 정책에 국채시장 불안 우려

"간접적인 금리인하 효과" 평가

유동성 감소에 금융 위기 우려

행정부 부채한도 이슈도 맞물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양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의 속도를 늦추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준은 이달 19일(현지 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월 최대 250억 달러였던 미국 국채 감축 한도를 50억 달러로 줄였다. 지난해 5월 한도를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줄인 지 10개월 만에 추가 조절에 나선 것이다.

QT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양을 줄임으로써 시중의 유동성을 낮추는 조치다. 통상 연준은 가지고 있는 국채의 만기가 도래하면 받은 원금으로 다시 국채를 산다. 만기 때 받은 투자 원금보다 더 많은 국채를 사면 연준의 보유 국채는 늘어난다. 양적 완화(QE)다. 연준은 코로나19 당시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QE를 실시했다. 하지만 2022년 6월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늘렸던 국채와 MBS의 양을 줄이는 QT에 나섰다. 매달 만기가 도래한 투자 원금 중 최대 600억 달러는 재투자에 쓰지 않고 소멸시키는 식이다. 연준의 국채 수요가 줄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은행 유동성이 줄었다. QT 규모를 줄였다는 것은 연준이 유동성을 천천히 감축시키겠다는 의미다. QT 속도 조절을 두고 “간접적 금리 인하”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유동성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가 예금기관들이 연준에 쌓아두고 있는 돈, 즉 ‘지급준비금(reserve)’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급준비금은 코로나 직전 1조 7270억 달러 수준에서 2021년 9월 4조 2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가 현재 QT를 통해 3조 2500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연준은 이 같은 유동성 덜어내기 작업이 행정부의 부채 한도 이슈와 맞물리면 시중 유동성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매년 채권을 발행해 빌릴 수 있는 돈의 한도를 지정한다. 이번 회계연도는 36조 1000억 달러였는데 문제는 이미 1월 21일자로 한도가 다 차버렸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조치를 두고 의회와 행정부가 정부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원활하도록 준비하는 취지라고 말한 이유다.

유동성 급감은 금융 시장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연준은 은행 간 거래에서 자금이 경색됐던 2019년 사례를 경계하고 있다. 당시 전체 지급준비금은 적은 규모가 아니었음에도 은행별로 준비금이 부족했던 곳이 있었던 데다 세금 납부 등 수요가 몰리면서 연 2% 대였던 은행 간 대출금리가 10%로 치솟았다. 당시 연준은 실물경제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직접 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겨우 불을 껐다.



이번에도 연준이 QT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빼내는 과정에서 유동성 감소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의 유동성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QT 속도를 늦춰 유동성이 감소하는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착륙을 위해 들어오는 비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QT 속도를 대략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활주로가 두 배로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국채 시장의 불안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머스 교수는 최근 “이것 (QT 속도 감축)은 ‘리즈 트러스’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정책”이라고 해석했다. 2022년 9월 영국 신임 총리였던 트러스 총리는 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을 하는 상황에서 감세안을 내놓았다. 당시 정책 불안감에 영국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미국까지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됐다. 서머스 교수는 감세 정책이나 이민자 추방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취약성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을 연준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로서는 서머스 교수의 의견이 소수파에 가깝다. 만약 연준이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끝난 후 QT의 속도를 다시 높인다면 정책 의도가 ‘부채 이슈 관리’라는 점이 증명될 수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현재로서는 “이 경로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할 뜻을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소수 의견은 관리 차원이든 국채 위기 경고음이든 지금은 유동성 우려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QT 축소 자체가 때 이른 결정이란 것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준비금이 적절한 수준으로 감소하면 QT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준비금은 3조 달러가 넘어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월러는 19일 정책결정 당시 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QT 축소에는 유일하게 반대했다. 여기에는 금융 시장의 불안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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