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난달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처지에 놓였다. 11월 수출액이 563억 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간신히 턱걸이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 속에 고질적인 반도체 의존도가 한층 높아지는 등 수출 구성도 나빠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이지 못한 점도 아쉽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1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4%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0월 플러스 전환 이후 가장 낮았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7월 13.5%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10.9% △9월 7.1% △10월 4.6% 등을 거쳐 이달 1%대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12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산업부는 결코 수출 동력을 상실한 건 아니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11월 초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의 파업과 임금·단체협상 지연으로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자체가 감소했고 11월 말 폭설과 강풍 등 기상 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까지 늦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악재가 없었다면 지난달 수출액은 580억 만 달러대로 적어도 4% 이상의 증가율을 시현할 수 있었으리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수출 증가율 둔화세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유난히 부진했던 지난해 9월까지의 기저효과가 걷히면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컴퓨터(122.3%), 선박(70.8%), 반도체(3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 등 5개 품목만 수출이 늘어난 대목도 뼈아프다. 특히 이차전지(-26.3%)·디스플레이(-22.0%)·일반기계(-18.9%)·석유제품(-18.7%)·가전(-13.9%)·자동차(-13.6%) 등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쌍두마차’ 격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0.6%, 5.1% 줄었다.
지난달 대미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대미 수입은 더 크게 줄면서 결국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만 49억 6000만 달러 추가 적립한 꼴이다. 올해 1~11월 누적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9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444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액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약 538억 달러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국이 자칫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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