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에 이어 여성용품도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사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위생용품 등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는 덕분이다. 게다가 여성 건강을 위한 ‘펨테크(여성과 기술의 합성어)’ 시장이 급성장 중인 상황이어서 한국 여성용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004540)는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 ‘디어스킨’과 ‘순수한면’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진출 국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2개 국에 진출한 디어스킨은 올 10월 말까지 이라크와 뉴질랜드에서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 96%, 81% 상승했다. 9개국에 생리대를 수출 중인 순수한면도 같은 기간 몽골에서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14% 늘었다. 최근 2~3년새 K뷰티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쓸며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를 쌓으면서 한국 여성용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깨끗한나라는 K-뷰티 소비가 커지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K-여성용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어스킨은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의 대표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인 가디언 매장 260여 곳에 생리대 4종을 입점한 후 품절이 잇따르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다음달 론칭 때와 동일한 물량을 서둘러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진출 당시 자사 여성용품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내년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확장과 더불어 무슬림 국가로의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용품 기업이 역으로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며 함께 성장한 사례도 있다. 한국인 여성 3명이 미국에서 한국산 생리대 판매를 위해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 라엘은 론칭 6개월 만에 미국 아마존 랭킹 1위로 올라서며 인기를 끌어왔다. 이후 라엘이 출시한 스킨케어 브랜드 ‘라엘 뷰티’로도 주요 소비층이 따라오면서 현재는 미국 내 라엘 매출의 50%가량을 라엘 뷰티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라엘 뷰티의 매출은 2배 늘어났고 지난해까지 라엘 여성 위생용품의 누적 판매량은 9억만 개에 달하는 등 여성용품과 화장품 사업이 동반 성장했다. 백양희 라엘 대표는 “여성 건강 테마 아래 여성용품, 스킨케어, 여성 건강기능식품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여성 웰니스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펨테크 스타트업 창업과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친환경 여성 위생용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어라운드바디는 사용 후 변기에 버릴 수 있는 위생용품 ‘지혜 플러시 패드’를 이달 처음 선보였다. 6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출시된 해당 제품은 비닐과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99% 수분해와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 펄프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다. 어라운드바디는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미국, 독일, 일본, 동남아 등에도 수출을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주로 북미(51.9%)와 유럽(23.5%) 등 서구권에 쏠려있었던 펨테크 시장에서 K뷰티 인기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입지도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펨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217억 달러(약 30조 원)에서 연평균 15.6% 성장해 2027년에는 601억 달러(8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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