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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AGA의 귀환과 한반도 안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방위비 압박에 안보 거래도 예상

'이익 우선'에 한미동맹 기조 변화

우리도 스마트외교로 국익 지켜야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절기상의 문제만이 아니고 워싱턴에서 불어오는 국제정치의 난기류 때문이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내년 1월 하순 이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 몰아칠 후폭풍은 심상치 않다. 혹한은 국제 질서에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MAGA) 정책은 기존 국제 질서의 판을 바꿀 것이다. 미국이 탈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는 그의 인식은 세계 정치·경제와 안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파트너십 발전을 제안했고 트럼프 당선인도 윤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 덕담이 오가는 통화였지만 트럼프가 손에 들고 있는 청구서는 만만치 않다.

내년부터 4년간은 트럼프의 ABB(Anything but Biden, 바이든 지우기)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 다음의 경제적 압박 대상으로 한국을 선택했고 ‘그들은 머니 머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유세 기간에 자신이 재임 중이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지불하게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밝혔다. 방위비 협상은 1차 시련에 불과하다. 전기차 등 대규모 투자 사업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와 함께 보편적인 관세 인상 등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과의 쇼맨십 정상회담 등 변칙적인 국제 안보 거래도 예상된다. 손해 보는 동맹보다는 불량 국가들과 이득이 나는 협상을 모색할 것이다. 북핵 인정과 대북 제재 해제 등 과거에는 금기시된 제안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은 호리병을 나온 요정처럼 현재에서 동결하고 추가 생산을 차단하는 스몰딜도 나올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3%까지 인상하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들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가치에 입각한 동맹(deep alliance)은 없고 이익을 추구하는 얄팍한 동맹(easy alliance)만이 존재할 것이다. 기존 한미 동맹 기조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은 종료될 것이다. 트럼피즘은 이제 미국의 뉴노멀이 됐다. 트럼프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과 함께 또 한 명의 스트롱맨처럼 행동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제 미국은 지금까지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아마 한국의 방위비 인상분으로 미군 선박 수리 비용 등을 부담시킬 것이다.

한미 동맹 71년 만에 동맹의 뿌리가 흔들리는 돌연변이 검은 백조인 블랙스완이 나타났다. 18세기 호주 남부에서 발견된 흑고니는 백조는 무조건 하얀색이라는 기존 관념을 바꾸어 놓았다. 한미 동맹을 수호하면서 양국의 국익과 정밀하게 맞춰야 한다. 북서풍이 불어오는 계절, 전대미문 스트롱맨의 귀환은 냉엄한 국제정치를 절감하게 할 것이다. 우리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세심하고 노련한 스마트 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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