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주가가 공개매수 경쟁이 끝난 직후 100만 원대로 폭등하며 황제주에 등극한 가운데 최근 일평균 거래량은 20만 주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기금은 팔고 금융기관이 사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MBK파트너스 등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추가 장내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개매수 경쟁이 끝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고려아연의 일평균 거래량은 19만8239주인 것으로 집계 됐다. 경영권 분쟁 발발 전인 지난 8월 일평균 거래량 3만9038주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24일 100만 원을 돌파했고 이날도 124만60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124억 원, 94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반면 기관은 2722억 원 순매수했다. 기관 중에서는 금융투자와 기타금융이 각각 1350억 원, 2066억 원 순매수한 가운데 연기금은 578억 원 순매도했다. 차익 실현이 필요한 외국계 펀드나 연기금은 매도하는 반면 높은 가격대에서라도 사들일 필요가 있는 금융회사들은 적극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창구별 집계를 보면 NH투자증권에서 21만3688주가 순매수가 체결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4만4669주), 메리츠증권(3만9156주)이 뒤를 이었다.
NH투자증권은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주관사였고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주관사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고려아연의 1조 원 어치 사채를 모두 매입하는 등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조력한 곳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 확보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조력했던 증권사 등을 통해 계속 매수 주문을 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현재 가격이 평소 대비 워낙 높아져 있는데다 감독당국의 조사도 진행중이라 한꺼번에 대량 매수하는 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고려아연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용으로 조달했던 자금 중 2조3000억 원의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총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힌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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