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뉴욕증시의 주요 3대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를 비롯한 금융자산 시장에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화하면서 달러와 비트코인, 국채 금리가 솟구쳤다. 이례적인 박빙 승부가 전망되던 것과 달리 일방적인 트럼프의 승리로 대선 결과가 일찍 판가름 나면서 선거 결과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우려가 해소됐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08.05포인트(+3.57%) 오른 4만3729.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46.28포인트(+2.53%) 오른 5929.0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44.29포인트(+2.95%) 상승한 1만8983.47에 장을 마감했다.
제이너스핸더슨인베스터스의 미주주식책임자인 마크 핀토는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 성장에 유리한 산업 정책을 지지하는데 이는 미국 경제를 촉진하고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 자산에 혜택을 줄 수 있다”며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연말까지 거의 5% 상승했던 추세가 이번에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경합주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전날 당선 선언을 했다. 전체 개표가 완료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312명,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인단 226명을 각각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장 종료 후 “트럼프의 정권 인수를 돕고 평화적 권력 이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승복 메시지를 냈다.
의회에서도 공화당의 싹쓸이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원에서 총 100석 중 현재 52석을 확보해 다수당 입지를 굳혔으며,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에 다가가고 있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은 200석으로 민주당(179석)을 앞서고 있으며 아직 주인이 가려지지 않은 56석 중 18석을 가져가면 대통령부터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웨이브 형국이 된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 △기업 친화적인 정책 기대 등으로 상승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중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는 14.75%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43% 상승했으며 시티그룹과 웰스파고도 각각 9%, 13% 올랐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도 13%대로 오르는 등 금융주가 뛰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은행 감독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주가도 올랐다. 엔비디아는 4.03% 상승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와 오라클은 각각 2.12%, 5.51% 올랐다.
주요 가상자산도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9.7% 급등한 7만615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 때 7만6493.8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더는 11.28% 상승한 2703달러다. 가상자산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거래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월 비트코인행사에 참여해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마라. 나는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비트코인 상승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주가도 폭등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글로벌의 주가는 이날 31.11% 급등했다. 가상자산 채굴업체인 마라톤 디지털홀딩스와 라이엇플랫폼스의 주가는 각각 18.97%, 26.16% 급등했다. 보유자산 상당량을 비트코인으로 갖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도 13.17% 뛰어올랐다.
국채 금리는 큰폭으로 상승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6.2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66%를 기록했다. 장기물은 더 뛰었다. 10년 만기 금리는 13.8bp, 30년 물 금리는 15.3bp 오르며 각각 4.425%, 4.602%를 기록했다. 재정 지출 확대와 관세 등으로 국채 발행이 늘고 인플레이션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했다. 국채 금리 상승에 달러 역시 급등했다. 엔화 등 주요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전날 103.42에서 105.10으로 1.62% 뛰어오르며 7월 10일 이후 넉달 만에 105대를 넘어섰다. 달러 지수는 7월 9일(105.13)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루이스트투자자문은 키스 러너는 “시장은 오늘 대부분 긍정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지만 환경은 복잡하고 금리나 적자 우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관세 등의 요인은 오늘의 가격 변동에 대한 (반대의) 균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강세장은 어느정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유가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달러 초강세를 반영해 급락하다 ‘과매도’란 인식에 진정, 결국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약 3달러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심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30달러 하락한 71.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61달러(0.81%) 하락한 배럴당 74.92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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