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의 경영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차등보험료율’ 등급을 현행 5등급에서 7등급으로 개편한다. 예보료 할인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금융사들이 경영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기후 공시를 도입하고 기후 리스크 관리 활동을 벌인 금융사에 가점을 부여해 금융권의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차등보험료율제도 개선 방안 잠정안을 각 금융사에 공유하고 현재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예보가 올 3월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후속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이다.
잠정안에 따르면 새 평가 등급은 현행 5등급에서 7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예보의 경영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A+(예보료 10% 할인), A(7% 할인), B(0%), C+(7% 할증), C(10% 할증) 5등급으로 나누던 것에서 1~7등급으로 구간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등급 세분화로 기존에는 없었던 예보료 3% 할인·할증 구간이 신설된다. 현행 5등급제에서는 금융사 절반가량이 예보료를 할인·할증받지 않는 B등급에 집중 분포됐는데 이번 개편으로 평가 변별력을 강화하고 B등급에 몰려 있던 금융회사의 경영 개선 유인을 제고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평가 내용과 관련해서는 기후 리스크 평가가 도입되는 것이 큰 변화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기업이 입을 피해를 돈으로 환산해 공시하도록 한 기후 공시를 도입했는지,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는 것이다. 예보 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기후변화가 대출 부실과 자산 가격 하락 등 각종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직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나 감독 규율이 자리 잡지 않은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 가점제로 운영된다.
또한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관련 배점이 확대되고 사전 예방 활동을 할 경우에도 가점이 부여된다.
전반적인 평가 부문 구성도 손질한다. 기존에는 재무·비재무 부문 등 ‘평가 형식별’ 구성이었는데 기본 지표와 보완 지표 등 ‘평가 관점’에 따른 구성으로 바꾼다. 기본 지표는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감독 지표 위주(CAEL)로 구성되며 보완 지표는 업권별 특성을 담은 지표와 비재무 지표로 구성된다.
예보는 업권별로 세부 평가 지표를 포함한 잠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달 중 업계·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위험 감축 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업권 특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구성을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말 최종안을 발표하고 개선 내용은 내년도 평가가 진행되는 2026년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은행·보험회사·금융투자회사·저축은행 등 부보금융회사로부터 예보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업권별 표준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금융투자 0.15% △저축은행 0.4% 등으로 올해의 경우 8월 기준 2조 1376억 원이 걷혔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예보는 이 기금을 활용해 대신 예금을 돌려준다. 이러한 보험료율을 금융회사별 경영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10%포인트 범위 내에서 깎아주거나 더 내게 하도록 한 제도가 차등보험료율제도다. 가령 은행이 10%포인트 할인을 받을 경우 0.072%의 예보료율을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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