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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만에 2.5조 유증 결정한 고려아연"…증권사들 "통상 한 두달, 빨라도 2주 필요" [시그널]

"미래에셋증권이 착오 기재" 해명에

금융당국 "또 거짓말이면 더 심각"

자사주 공개매수로 빨아들인 뒤

"유통 물량 부족으로 상장폐지 우려"

주주가치 훼손 결정 사과는 없어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010130)이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에 67만원의 유상증자 실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권사가(미래에셋증권) 착오 기재했다”고 1일 해명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상장사가 날짜 착오 하는 것이 공시 서류가 애들 장난”이냐며 “검사·조사가 모두 진행 중이니 사실관계만 확인하면 된다"고 발끈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한 뒤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와 부정 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금감원이 하루 만에 “부정 거래 등 위법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제동을 걸자 이날 입장문을 냈다.

①단 6일 만에 2조5000억 유증 결정했나

고려아연은 먼저 "일반공모 증자를 검토한 것은 지난달 23일 자기주식 공개매수 종료 이후"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은 지난달 30일이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24일부터 29일까지 단 6일 만에 졸속으로 2조5000억 원의 유증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대해 다른 증권사들은 아연실색했다. 유상증자 규모, 할인율, 가격 등의 결정을 포함해 증권사 인수 방식과 수수료 논의, 승인 절차 등 통상 주관사 선정 이후 유증 신고서를 제출하기까지 한 달에서 두 달 걸리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기간을 당긴다고 하더라도 ‘2주’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익명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 다 덮어 씌워 꼬리 자르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조달 계획과 금리 등을 다 따져 조 단위 금액을 결정하는데 이번 해명이 또 거짓말이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②자사주 공개매수로 다 빨아들인 뒤 “유통 물량 부족”

고려아연은 “지난달 22일부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유동 물량이 부족해져 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됐고, 거래량 감소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유통 물량을 빨아들인 건 자사주 공개매수가 가장 큰 요인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 9.85%, 베인캐피탈은 1.41%를 확보했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매수 물량을 최대 18%에서 20%로 확대하며 싹쓸이 하려던 게 바로 고려아연이었다.

③기존 주주에 대한 사과는 없어

고려아연의 유증 발표로 154만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하한가를 찍었다.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면 유증 가격도 예정인 67만원 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 유증 자금 중 대부분인 2조3000억 원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한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 소액주주 연대를 비롯해 기관 등 대부분 투자자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시중 고려아연 주식의 유통 물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다양한 주주 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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