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한 승인 여부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의과대학 학사 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도 의대생들이 복귀 움직임이 없자 대규모 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의료계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9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진행한 뒤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대학에 휴학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대부분의 의대는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휴학을 신청한 건에 대해 별도의 서명을 요청하거나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단체 e메일을 보내 ‘동맹휴학 의사가 있느냐’고 묻고 답장이 없으면 ‘개인 사유 휴학’으로 간주해 승인 처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대학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가 휴학 승인과 관련해 대학에 자율성을 준 것은 의정 갈등이 본격화한 올해 2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교육부가 내년 2월까지 등록금 납부 기간을 미뤄줬지만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어 3월이면 대규모 유급 또는 집단 제적도 불가피해 의료계와 대학 등 각계에서 연이어 의대생 휴학에 대해 자율 승인을 요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전제 조건으로 의대생의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여기에 전날 국가거점국립대 총장들 역시 의대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며 교육부를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2024학년도 휴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날 정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록 늦었지만 교육부가 의대생의 개인적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을 대학 자율 판단에 따라 승인하도록 한 것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의협은 “이번 발표가 의료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기 바란다”며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의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40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된 의대 학사로 인해 발생한 의학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조치”라며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이 조속히 승인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입장 선회로 휴학을 승인하는 의대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의대에 이어 연세대도 원주캠퍼스 의대생들의 휴학계 승인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가 정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앞으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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