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첫 소환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등 의혹 규명에 집중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16가지 의혹 가운데 수사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이달 5일 수사의 물꼬를 틀 ‘키맨’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신병을 특검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6일 특검팀 대면 조사에서 대부분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수사 개시 이후 35일 만에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김 여사를 불러 조사했다. 특검이 김 여사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부분 중 하나는 그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주도한 주가조작 과정에 ‘전주(錢主)’로 참여해 시세조종을 방조하거나 공모했는지 여부다. 해당 의혹은 김 여사와 관련된 16가지 의혹 가운데 수사가 많이 진행된 사안이다. 이날 조사에서 김 여사는 “주가조작 공모 사실은 없다”, “계좌만 빌려줬을 뿐 주가조작은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고검에 이어 특검까지 가장 오랜 기간 수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공모·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정치권의 항고 요구에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등과 공모해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수백 건의 녹음 파일이 확보됐다. 일부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블랙펄에 계좌를 맡기고 40% 수익을 주기로 했다”고 했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에 대해 법원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처럼 관련 의혹에 대한 증거가 확보되고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김 여사를 조사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명 씨와 관련된 공천 개입 의혹과 함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청탁 의혹 등도 특검이 집중 추궁한 대목으로 꼽힌다. 명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은 이미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수사팀’에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수사한 바 있다. 또 특검도 명 씨는 물론 김 전 의원 등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마무리했다. 이날 특검팀 조사에서 김 여사는 “여론조사는 명 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은 통일교 측이 2022년 4~8월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과 YTN 인수 등 현안 청탁을 위해 전 씨를 통해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 등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최근 고가의 물품 구매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결재를 받아 진행됐다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도 확인했다. 이 선물들이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특검의 과제다. 김 여사는 이날 특검팀의 이 같은 의혹에 “선물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이날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순으로 집중 추궁했으나 이들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진술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김 여사 측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이나 공천 등에 직접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를 비롯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 개입 △국가 기밀 정보 유출 의혹 등도 모두 현재로서는 김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특검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며 “이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에 소환했던 핵심 관련자들을 재차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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