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OE)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는 추가 신호를 기다리면서 19일(현지 시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5.0%로 동결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포인트의 ‘빅 컷’을 단행하면서 방향 전환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BOE의 통화정책위원회는 8대 1의 의견 차로 기준금리를 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 등 시장의 전망과 부합하는 결과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많이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BOE는 지난 7월 4년 여 만에 처음으로 0.25%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지만 두 번째 금리 인하는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경제학자들은 영란은행의 조심스러운 어조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영란은행의 발표 이후 시장에서 정책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0.02%포인트 상승한 3.92%를 기록했다. 또 정책 입안자들은 영국 경제의 회복세와 인플레이션에 관한 최근의 데이터로 인해 소비자 물가에 대한 위협이 충분히 억제됐다고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UBS글로벌 자산관리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딘 터너는 블룸버그에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영란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와 일치한다”며 “경기 침체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을 종합해볼 때 정책 입안자들에게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란은행이 11월께 두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패널들은 또 만장일치로 양적 긴축을 결정하면서 연간 1000억 파운드(약 176조 6000억 원)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약 1년간 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각 규모가 현재 500억 파운드에서 약 130억 파운드로 급감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영란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힌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는 2022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파운드화는 전날 대비 0.8% 강세를 보이며 1.33달러를 넘어 섰다. 미즈호인터내셔널의 거시 전략 책임자 조던 로체스터는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계속해서 좋은 거래를 이어갈 것이며 2025년 말 1.4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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