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는 디플레이션이 우세한 저균형 인플레이션 체제가 유지됐다. 그러나 거시적인 요인들로 새로운 경제 체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채권 시장에 반향을 일으켜 투자자들의 자본 배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중심에는 탈세계화, 인구 고령화, 기후 변화라는 세 가지 강력한 요인이 있다. 나라 간 노동력 이동을 제한하는 탈세계화와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둔화는 경제 성장을 저해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것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향후 10년간은 투자 확대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디플레이션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처럼 혁신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요인의 결합은 자본과 노동 간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킨다. 그 결과, 이제 2%의 인플레이션은 목표가 아닌 하한선이 되는 새로운 균형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균형 인플레이션 시대에 우리는 인플레이션 스파이크를 더 자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았듯이, 각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급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시기만큼 높아진 부채도 작용한다.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명목 GDP를 부채 비용보다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실질 GDP 성장률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불확실한 환경에서 채권 투자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지난 10년동안 사라졌던 기간 프리미엄이 증가될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 곡선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이는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할 때 투자 위험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이처럼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액티브 운용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지역, 섹터, 산업별로 수익률 패턴의 편차가 확대될수록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투자자는 액티브 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면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며 위험 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전략에 자산 배분을 늘릴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 상품인 물가연동국채가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저평가돼 있어 매수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10년물 국채 금리와 물가채의 차이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BEI)이 2.30% 수준으로,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예상치인 2.51%보다 낮은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높은 균형 인플레이션 시대는 채권 시장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수준의 저금리 시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전제한다면,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투자 환경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전략을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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