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 가장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세목은 종합부동산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종부세 개편을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종부세를 필두로 보유세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언급되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종부세 폐지를 포함한 세금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종부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부분적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편론을 꺼내든 데 이어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도 종부세를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입니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 중 27%가 1주택자
우선 현재 종부세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1세대 1주택 과세’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종부세를 1주택자에게까지 물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애초에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신설한 주요 배경도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패널티 부과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고지한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41만 2000명 중 1세대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합니다. 현행 종부세제에선 1세대 1주택자라고 해도 12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겐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1주택자 과세 논란은 종부세가 도입됐던 2005년부터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2006년 서울 강남 지역 주민 85명이 서울행정법원에 종부세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당시 “노년층 1주택자로 오랫동안 한 곳에서 생활을 해 왔을 경우 이들을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세금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쪽부터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종부세 개편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면서부터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애초에 종부세의 방점은 다주택자 규제에 찍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를 부담하는 1세대 1주택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정부도 이들에 대한 과세 부담 완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종부세, 재산세 통합 이뤄질까
‘이중과세 논란’도 종부세를 둘러싼 주요 쟁점입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은 토지와 주택으로 재산세와 겹칩니다. 또한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직접 걷는 국세지만, 실제로는 국고가 아닌 지방 재정에 쓰입니다. 지자체에서 재산세를 매긴 뒤에 국세청에서 다시 종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종부세는 태생부터 ‘이원화 세제’였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구상은 종합토지세를 재산세(지방세)와 종부세(국세)로 이원화한 뒤, 정부 차원에서 고가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사람들에게 재산세보다 무거운 세금(종부세)을 물리겠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거래세는 높고 보유세는 낮은’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는 동시에 부자 과세를 통한 자산 재분배 효과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제한적이라 재분배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성명재 홍익대 교수가 지난해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2013~2021년의 재산 과세(종부세 및 재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분석했는데 2020년(0%)을 제외하면 모두 오히려 지니계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도가 크다는 뜻입니다.
학계에선 재분배 효과는 제한적인데 이중과세 문제까지 불거지니 재산세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동시에 거래세도 함께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종부세와 재산세 간 통합은 단기간에 추진하긴 어려운 과제로 보입니다. 두 세목을 합칠 경우 재산세율 수치를 조정하거나 누진세율에서 단일세율로 전환하는 작업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 원내대표도 “종부세의 근본적 폐지는 재산세와의 통합 문제로 가야 한다”면서도 “조금 더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과 ‘정부 과잉 위임’ 논란
종부세가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돼 왔습니다. 주택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제 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결정합니다. 여기에 보유 주택 수와 과표 등에 따라 0.5~5%의 세율을 곱해 세액을 확정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법 시행령을 통해 결정합니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60~100% 사이에서 정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 납부자가 늘어난 것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영향이 컸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8년까지 80%로 유지됐지만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에는 95%로 매년 5%포인트씩 올라갔습니다. 종부세 납세 인원도 2018년 46만 3527명에서 2021년 101만 6655명으로 2.2배 불어났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유지되면서 지난해 납세 인원은 2018년 수준인 40만 명대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헌재에선 지난 30일 결정에서 “종부세 부과를 통한 부동산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한도를 정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세법 전문가는 “예컨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5%포인트 한도 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는 식으로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