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버핏이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그가 연평균 약 29%의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 만은 아니다. 투자자로서 그의 경이로움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올해 기준 버핏의 순자산은 1320억 달러이고, 그 중 1040억 달러는 60번째 생일 이후에 축적됐다. 그의 성공을 단순히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무려 84년이라는 투자기간이다. 만약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그가 이렇게 경이로운 투자자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60살에 은퇴했다고 가정하면 그의 순자산은 얼마 정도일까? 약 47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그의 순자산보다 96.5%나 적은 액수다.
그의 재주는 투자였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다. 사실 버핏은 연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위대한 투자자가 아니다. 지난 5월 10일 86세 나이로 작고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수장 짐 사이먼스는 1988년부터 은퇴한 2018년까지 연평균 66%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누구도 근접한 적 없는 수익률이다. 버핏은 사이먼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순자산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이먼스의 순자산은 314억 달러로 버핏의 4분의 1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것이 바로 복리의 원리다. 그가 돈을 불린 기간이 버핏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사이먼스가 연간 66% 수익률로 버핏처럼 84년간 부를 쌓았다면 그의 재산은 얼마나 됐을까. 이는 상상에 맡기겠다.
우리는 일반 투자자다. 버핏이나 사이먼스처럼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할 수는 없다. 따라서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코스피와 나스닥 등에 장기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복리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는지 계산해 봤다. 1980년 1월 4일 코스피 최초 지수 설정일부터 현재까지 코스피와 나스닥(환노출)의 배당재투자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10.3%, 14.3%다. 버핏과 사이먼스에 비해 낮지만, 일반투자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던 수익률이다.
1000만 원을 코스피에 1980년부터 10년 단위로 50년간 투자했다면 원금을 포함한 투자금액은 10년 단위로 각각 2622만 원, 6876만 원, 1억 8000만 원, 4억 7000만 원, 12억 4000만 원이 된다. 1000만 원을 50년간 코스피에 재투자했다면 10년 2.6배, 50년 최대 124배를 거둘 수 있던 것이다. 버핏처럼 84년을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그 액수는 329억 원이 된다. 같은 조건으로 나스닥에 투자하면 원금을 포함한 투자금액은 10년 단위로 각각 3816만 원, 1억 5000만 원, 5억 6000만 원, 21억 2000만 원, 80억 9000만 원이다. 더욱이 84년을 투자했다면 투자금액은 총 7675억 원에 달한다.
복리효과에 따른 투자금액은 투자기간이 길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코스피와 나스닥의 198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 차이는 4%포인트에 불과하지만, 투자기간이 길수록 두 지수간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자는 자본시장에 들어온 이후로 25년간 어떤 종목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늦게 나마 투자의 ‘복리마법’을 깨닫게 된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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