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통화 정책 경로는 불안하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으로 예상을 상회했다. 그러나 5월 이후 미국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글로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별로 통화 정책의 탈동조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두 달 전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5월 9일에는 스웨덴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했다. 6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견고하다. 서비스 물가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 공산품과 비내구재 물가 상승세는 꺾였다. 미국보다 서비스 물가 비중이 낮은 한국이나 유로존의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점차 물가 목표치 2%에 접근 중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는 연기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금리 인하는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의미가 있다. 통화 정책이 변하면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도 바뀐다. 성장률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최근 공개된 미국 2분기 상업은행들의 대출 기준과 신용위험은 크게 강화되지 않았다. 대출 기준이 소폭 강화되는 데 그쳤다. 과거 대출 기준이 완화되는 국면은 주가 상승 국면과 거의 일치했다.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유럽 지역의 금융기관들도 유사하다.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해 기업들에 대한 신용대출 기준이 더 강화되지 않았다. 이는 3~6개월 시차를 두고 경제 성장률과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되고 있지만,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공통점은 더 이상 대출 기준이 강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의 주가는 이미 전 고점을 돌파했다. 5월 9일 기준 유로스톡스(EUROSTOXX) 600 주가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보다 먼저 올해 3월 말 고점을 회복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 주가 역시 전 고점을 이미 돌파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다른 지역 주가지수는 전 고점을 회복했다. 글로벌 경기 상황이 개선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미국 주식시장의 독주 흐름도 진정되고 있다. 미국 이외 지역 대비 미국 주식시장의 상대 강도가 올해 1분기 이후 약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 금리 인하 여부와 그 시기에 따른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그래도 현재의 관심은 미국 이외 지역의 통화 정책 완화다. 미국 달러 강세가 장애물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 통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해당 지역의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동안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업종들이 있다. 기계, 조선, 화장품·의류, 비철금속 업종이다. 기계, 조선, 화장품 모두 수출과 관련이 높다. 아직은 수출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 내수주 대응은 미국과 국내 통화 정책이 완화된 이후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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