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 통상의 기조를 수비에서 공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그동안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을 막는 데 주력해왔던 농업 외교를 수출 지향적이고 공세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통상 환경 변화에 맞춘 조직 개편도 검토하기로 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농업 외교 추진 전략’을 새로 수립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조만간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별 농업 외교의 핵심 추진 목표 및 대응 전략을 살필 예정”이라며 “농식품 관련 수출 확대와 농식품 공급망 안정화, 국제 우호 협력 확대 등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한 우선순위 과제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또 한국형 농업판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검토할 예정이다. NTE 보고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 업계 의견과 정부부처 등 의견을 참고해 매년 3월 말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보고서다. 약 600쪽에 걸쳐 미국의 무역과 해외 직접투자에 장벽으로 작용하는 주요 교역국 및 지역통합체의 법·정책·관행,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조치 관련 정보 등이 포괄적으로 기술돼 있다. 한국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매년 ‘외국의 통상환경’이라는 제목으로 NTE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농식품과 농업 외교 분야에 주력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농식품부는 공적개발원조(ODA) 및 정상외교 기회를 활용한 수출 등 경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발굴하기로 했다.
정부는 농업 외교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 체계 개선도 검토한다. 농식품부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체제 통상 협상이 약화되고 비관세장벽 및 신(新)통상규범 부상 등 환경 변화에 발맞춰 농식품부 조직도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행 조직 및 인력 운용 체계의 효과성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정 당국이 농업 외교 방향 자체를 재검토하고 나선 것은 경제·식량 안보 리스크가 가중되는 데다 자국 우선주의에 한국 농업도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K푸드+ 수출이 역대 최대인 121억 40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농식품 관련 수출 규모가 커졌지만 특정 품목이나 시장에 편중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K푸드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쏠림 현상이 있어 대외 요인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제 규범의 사각·회색지대에서 각종 비관세 장벽이 등장해 우리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정부가 나서 이를 도울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국내 농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제로는 국내 농업의 성장과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FTA 체결 20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농식품 총 교역액 규모는 526억 3000만 달러로 2004년 이후 연평균 6%씩 증가했다. 이 중 수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수입액 증가율(6%)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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