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지침 마련을 위해 내부 임원 협의체까지 꾸리며 총력전에 나섰다. 부서 간 칸막이를 해체해 5월까지 상장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위한 아이디어 수집에 속도를 더 내겠다는 각오다.
27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관은 김기경 경영지원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밸류업 지원단’을 이달 말 구성하기로 했다. 이 지원단은 내부 협의체 형태의 비상설 조직이다. 지원단에는 경영지원·유가증권·코스닥·시장감시본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본부의 본부장급과 상무급들이 참여해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실무 조직의 의사 결정을 담당한다.
거래소는 지원단 산하 실무 조직으로 1부 2팀 체제의 밸류업 전담 태스크포스(TF)도 두기로 했다. 거래소는 지난 26일 밸류업 TF 팀장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담당인 윤재숙 부장을 29일 부로 발령했다. TF에는 ESG·공시·상장 담당자 등 총 9명이 합류하기로 했다. TF는 추후 거래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밸류업 전담 상설 부서로 전환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의 주요 추진 과제인 만큼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밸류업 전담 조직과 임원 협의체 수준의 의사결정 기구를 두기로 한 것은 5월까지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을 내놓기 위해 이전보다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은보 이사장이 이달 취임하자마자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에 최적화된 조직 개편 카드부터 꺼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반적인 방향성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5월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밸류업 전담 조직을 통해 상장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가이드라인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15일 취임식에서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성공을 위해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전담 조직을 상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밸류업 가이드라인 마련에 매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이사회가 실질적인 기업 경영 관리의 최고 결정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바라볼 때 총수 일가 중심의 경영 방식에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은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상장사를 홈페이지에 3개월마다 공표하기로 했다. 당초 매달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한 발 물러섰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 공시 우수법인 선정 등의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이행이 실제 투자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등을 분석한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밸류업 경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우수 공시·이행 사례 등도 전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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