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이 90대 이상 초고령층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이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말 기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실적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편입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잔액은 총 6조 45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 잔액(개인+법인) 14조 6482억 원의 44.1%에 달하는 규모다. 개인이 가진 잔액만 보면 60대 이상 비중은 47.5%까지 늘어난다.
게다가 고령층 중에서도 90세가 넘는 초고령층 고객에게 판매한 관련 ELT·ELF 잔액은 90억 8000만 원에 달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74억 1000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농협은행 9억 3000만 원, 국민은행 6억 6000만 원, 신한은행 8000만 원 등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관련 잔액이 없었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 수는 하나은행 11명, 농협은행 6명 등 총 22명이다.
은행들이 초고령 투자자에게까지 초고위험·고난도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의 경험·재산 상태 등과 비교했을 때 그가 투자하려는 상품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적합하지 않다면 이를 권유해선 안 되는 ‘적합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풀어볼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달 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은행 직원조차 (ELS가) 무슨 상품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경우가 많으면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주까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마치고 현재 결과를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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