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이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관리단 빌딩을 팔기로 했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과 함께 4대 직역연금으로 불리는 별정우체국연금이 202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자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고갈 시점을 늦춰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우편 사업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산하 기관들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4일 우본과 국회 등에 따르면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은 최근 서울 마포구 빌딩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빌딩은 지하 6층~지상 18층 규모로 관리단이 보유한 유일한 현물 부동산 자산이다. 2003년 10월 신규 수익 기반을 만들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에서 매입했다.
관리단은 해당 빌딩을 통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나서 2025년께 이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관리단은 빌딩을 1200억 원 수준에서 매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820억 원가량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단이 이 같은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별정우체국연금 자산의 고갈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다급함 때문이다. 올해 관리단이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해 추산해본 결과 연금 적립금은 2027년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됐다. 우려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기 전에 자산 매각을 통해 구멍을 메우겠다는 것이 관리단 측의 판단이다.
별정우체국연금은 별정우체국 직원들에게 퇴직연금과 퇴직수당 등을 지급하는 데 쓰이는 공적연금이다. 연금 자산은 지난해 기준 1695억 원으로 10조~20조 원에 이르는 다른 직역연금과 비교해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다만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지난해만 하더라도 별정우체국연금의 가입자는 3319명인 반면 수급자는 2447명에 달해 부양률이 73.7% 수준이다. 2010년 25.4%이던 별정우체국연금 부양률은 최근 10여 년 새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군인연금(52.8%), 공무원연금(49.1%), 사학연금(32.1%) 등 여타 연금 대비 부양률이 월등히 높다.
이 같이 연금 구조가 불안정해진 것은 우편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별정우체국은 1961년 국가 재원이 부족한 시기 전국적으로 우편망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자본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농어촌 등 외진 곳에서도 우체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의 허락을 받은 개인이 시설 구축 비용 등을 부담해 운영하던 우체국이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의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데다 우편 물량이 줄어들면서 필요성도 떨어져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1966년 843곳이었던 별정우체국은 2010년 762곳으로 줄었고 지난해 704곳까지 감소했다. 재직자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아가는 이들이 늘면서 별정우체국연금 구조도 틀어진 것이다.
관리단은 부동산 자산 매각과 함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경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7.0%의 운용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별정우체국연금의 최근 5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이 4.68%인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2%포인트 이상의 수익률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지만 연금 자산 고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응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관리단 역시 자산 매각과 연금 운용 수익률 제고 구상이 실현되더라도 연금 고갈 시점이 3년 정도 늦춰지는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건오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관리단의 자구 노력과 더불어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본 관계자는 “연금 자산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매각, 경영 혁신 등과 같은 자구 노력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우편 사업 환경과 함께 연금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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