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2일 인공지능(AI) 규제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방향을 모두 참조해 ‘제3의 길’을 찾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 간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위 조직 확충과 관련 예산의 증액 필요성을 강조한 고 위원장은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 간 ‘제재 역차별’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AI 영역이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으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민할 내용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생성형 AI를 비롯한 AI 분야 시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포함한 AI 규제 방향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업계 자율 규제에 무게를 둔 반면 EU는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강력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 방안을 준비 중이다.
고 위원장은 특정 국가의 규제 방향을 따라가기보다는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AI 산업 생태계가 존재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의 틀이 잡힌 나라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면서 “AI가 가져올 긍정적·부정적인 효과가 모두 공존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외 IT 기업 간 ‘규제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서는 “차별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고 위원장은 “해외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행정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할 수 있으며 법 집행과 관련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구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 운영과 관련한 고충도 호소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처분을 두고 정부와 기업 간 시각차가 커져 처분 불복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대응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개인정보위 소송 관련 예산은 2억 원인데 이미 8월 기준으로 예산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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