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지난해만 해도 대폭 늘어났던 주요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 승진이 올 들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회계사 채용 인원은 대푹 축소됐다.
6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와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의 올 해 감사 부문 파트너 승진 회계사 수는 57명이다. 이는 지난해 66명 대비 13.6% 감소한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 승진자 감소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이 이끌었다. 삼일의 올 해 파트너 승진자는 34명으로 지난해(44명) 대비 22.8% 줄었다.
반면 삼정과 안진은 파트너 승진자 수가 정체됐다. 삼정은 올해 파트너로 승진한 회계사가 17명으로 지난해 보다 1명 늘어나는데 그쳤고 안진은 올해와 지난해 6명으로 동일했다. EY한영은 회계사의 파트너 승진 인원 수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집계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경기 악화 전망이 여전한데다 실적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파트너를 늘리는데 부담이 컸다고 한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분과 수익을 나눠야 하는 파트너를 늘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회계 업계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건 M&A(인수합병) 등 기업 컨설팅 부문이 급격히 성장하면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꺾이면서 기업 간 M&A 건수나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
회계 업계는 승진자 수 관리 뿐 아니라 신입 회계사 고용에서도 허리띠를 졸라 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 해 4대 회계법인의 총 채용 인원을 850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40여명에서 약 36% 급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실제화할 경우 내년 채용 인원은 2020년과 같은 750명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대 회계법인에 입사하지 못하는 신입 회계사의 상당수는 중견 회계법인에서 수습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회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현 등 주요 중견 회계법인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신입 회계사 확보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은 1100명이어서 일부는 중견 회계법인에서도 수습 자리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회계업계는 2019년 ‘신외감법’ 도입과 주 52시간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회계사 수를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직률이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며 “경기가 꺾이면서 외부로 나갔던 회계 인력이 유턴하는 등 신규 회계사를 뽑을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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