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은 국적 선사가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해운 물류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국적 선사를 지원하는 정책금융 기관의 필요성도 입증된 것입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국적 선사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사장은 “2~3년 전 글로벌 물류대란 당시 국적 선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중소 화주들의 수출입에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라며 “한국처럼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해운 물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적 선사가 종합 물류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박뿐 아니라 항만·내륙 등 육·해상 물류를 통합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이미 종합 물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며 “화주 입장에서도 선박·항만·내륙 운송 업체를 따로 선정할 필요가 없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진공이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미국에 60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류센터 부지 면적만 약 36만 ㎡로 축구장 50개 규모다. 해진공은 물류센터 건설을 위한 금융권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항만 터미널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대형 글로벌 선사들은 주요 항만에 자가 터미널을 갖고 있다”며 “부산항 신항만 해도 터미널 6개 중 4개의 대주주가 외국계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만 터미널이 있으면 물동량이 많을 때 우선적으로 접안할 수 있다”며 “순서를 기다리며 1~2일 대기하는 것과는 경쟁력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 선사인 HMM이 확보한 항만 터미널은 부산항, 미국 타코마항, 대만 가오슝항 등 8개다.
김 사장은 불황에 선사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2년간의 해운업 고시황기에는 국적 선사와 글로벌 선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둬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해운업 저시황기 우려도 커지고 있어 선사별 경쟁력 편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는 적극적 대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다”며 “저시황기 국적 선사의 금융 안전판인 해진공의 역할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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