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소위 ‘핫한’ 기업을 대면 한 손가락에 꼽힐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만의 첫 한국 방문이 화제를 낳았다. 이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하며 많은 국내 스타트업, 산업계 관계자가 그를 눈에 담고 직접 소통하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현장을 찾았지만, 막상 선언이나 포부를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행사가 진행된 지난 9일 오후 1시에 열린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프라이빗 세션’에서는 올트만 CEO의 가장 솔직한 속내가 드러나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이 세션을 두고 ‘이날 진행하는 한국 행사 중 가장 기다려 온 행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세션 직전 언론과 스타트업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행사나 오후 2시에 이어진 행사와 달리 세션에는 국내 스타트업·거대 언어모델(LLM)을 갖고 있는 국내 IT대기업 관계자 일부가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이뤄졌다. 국내 관계자들은 올트먼 CEO, 그레그 브록만 오픈AI 공동창업자 등 오픈AI 임원들과 함께 챗GPT 등 오픈AI의 서비스나 생성형 AI 산업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날 오전 행사에서도 ‘전세계에서 오픈AI의 서비스가 어떻게 적용되는 지 직접 보고 듣기 위해 세계를 다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 올트먼 CEO는 비공개 세션에서도 오픈AI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불편한 점은 없는 지, 어떻게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지 등을 물었다. 그는 아예 “좋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 네거티브한 이야기만 해주면 우리가 반영해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챗GPT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토로했다. 챗GPT의 경우 이전 대화의 맥락을 고려해 답변을 생성해준다. 맥락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어들을 기억·처리해야 하고 이를 위한 컴퓨팅 처리 비용이 비싸지는데, 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답변 생성 속도 등이나 답변 품질이 영어의 경우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에 올트먼 CEO는 자사 모델의 약한 한국어 경쟁력을 인정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며 “한국 스타트업들이 데이터를 함께 확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인튜닝(미세조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현재 GPT 모델은 일부 버전에 대해서만 파인튜닝을 할 수 있게 해놨고 그마저도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파인튜닝이란 말 그대로 이미 학습이 돼 있는 모델을 미세 조정해 특정 영역이나 도메인에서 더 정확한 결과값을 낼 수 있도록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날 오후 강연에서 올트만과 대담을 진행했던 AI 분야 권위자 조경현 뉴욕대 교수는 세션에서 국내 스타트업들도 직접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도 했다. 생성AI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오픈AI는 모델 개발에 수년이 걸렸지만 후발 주자들은 사업에 최적화한 모델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개별 기업들이 직접 모델을 만들 수만 있다면 오픈AI에 대한 종속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 업계의 수요를 해결해달라는 ‘경고성’ 발언이기도 했지만, 세션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이런 세션을 가졌지만 한국이 가장 소프트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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