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유통업체로 국내 1호 상장에 도전하는 나라셀라가 코스닥 입성을 위해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5 대 1도 못 미치는 경쟁률로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기능성 플라스틱 시트 전문기업 진영은 청약 증거금만 4조 원 가까이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해 대조를 이뤘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 최종 경쟁률 4.84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신규 상장주(스팩, 리츠 제외) 중에서는 티이엠씨(0.81 대 1) 다음 두 번째로 낮은 경쟁률이다. 청약 증거금은 약 172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투자자 배정 공모 물량(36만 2500주)의 절반에 해당하는 균등 배정 주식수는 상장 주관사인 신영증권 기준 약 50.2주다. 최소 수량(50주)이상 청약한 투자자는 확률에 따라 50~51주를 받을 수 있다. 나라셀라는 오는 2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와인 수입·유통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상장이 전례가 없던 만큼 나라셀라는 지난 16~1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때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호 와인유통 상장사로서의 적정 가치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공모가는 178 대 1의 경쟁률로 희망가 하단인 2만 원에 결정됐는데, 수요예측 참여 기관 중 91.85%(698곳)가 하단 이하의 가격을 써냈다.
나라셀라가 일반 청약 흥행에 참패하면서 신영증권의 ‘공모주 불패 신화’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신영증권은 2020년 이후 상장 주관을 맡은 종목들이 대부분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하는 등 공모주 명가로 평가받았다. 올 2월 단독 주관한 자람테크놀로지(389020)도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을 초과한 2만 2000원에 확정한 데 이어 상장 당일 장 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를 형성하고 상한가)'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나라셀라의 경우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공모 초기부터 시달려온 고평가 논란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또 대신증권(003540)과 공동 대표 주관을 맡은 백신개발 전문업체 큐라티스는 공모 일정이 한 달 이상 밀리는 등 상장 주관 기업들이 공모 과정에서 쓴 맛을 봤다는 평가다. 다만 일반 청약 흥행에 실패한 오브젠(417860)(경쟁률 5.97 대 1)이 따상에 성공한 적도 있는 만큼 상장일 주가 흐름이 마지막 변수로 남았다.
한편 이날 청약을 마감한 진영은 최종 경쟁률 1452.5 대 1을 기록했다. 상장 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청약 증거금은 총 3조 8582억 원이 들어왔다. 진영의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이 855억 원임을 고려하면 몸값의 45배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앞서 공모가 확정을 위해 16~17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참여 기관 1652곳 중 94.67%(1564곳)가 희망가 범위(3600~4200원) 최상단 이상에 주문을 써내며 공모가가 5000원에 결정됐다. 오는 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1996년 설립된 진영은 가구 및 인테리어 표면 마감재 시장에서 대체재를 개발하면서 지금의 사업 구조를 확립했다. 2014년 LG화학과 공동으로 친환경 소재인 아사(ASA) 수지를 활용한 시트 오버레이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은 481억 원, 영업이익은 64억 원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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