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존경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평했는데 최근 경제전망의 결과를 보면 부인할 수가 없다. 최근 3개월 동안 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에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올랐다가 은행 위기로 재엄습한 경기침체 불안에 휩싸이는 등 분위기가 변화무쌍하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서는 단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각각의 상황에 모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경제 전망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집약할 수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강한 ‘신용 경색’이 발생하는 경우다. 은행 위기가 신용과 금융 여건의 긴축을 촉발해 시중 금리가 50bp에서 100bp 정도 추가적으로 인상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그 후 금리는 더 이상 오르지 않겠지만 일부 주요국들의 경제도 하반기 침체를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긴축적 금융 여건으로 빠르게 경기 침체에 접어들고 아시아 역시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글로벌 수요의 약세로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지난 1월 시장이 기대하던 소위 ‘깔끔한 디스인플레이션’ 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과거와는 다른 경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즉, 노동 시장이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이 아닌 노동 공백 감소를 통해 완화돼야 하고, 임금 인상율은 자발적 실업이 줄면서 떨어져야 한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의 감소가 디스인플레이션의 원동력이 되어야 경제에 큰 타격 없이 목표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착륙 지연’이다. 이 경우 경제는 제한적으로 둔화되거나, 심지어 성장할 수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반기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누적된 긴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는 목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해서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한참 상회할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하반기 긴축 사이클을 재개하게 되고 중간에 쉰 만큼 최종 금리는 현재 시장 예상치보다 높아져 미국은 6%이상에 달하고 2024년 경제는 급격히 추락해 경착륙 시나리오보다 더 심한 침체를 겪게 된다.
현재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비관적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시기는 불분명하나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리스크 역시 남아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하겠지만, 이것이 경기침체 리스크를 상쇄하기에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이럴때는 합리적 소득과 리스크 헷징을 동시에 제공하는 채권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 자산군일 수 있다. 요동치는 경기 전망만큼이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지만,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를 갖추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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