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대응에 자신감을 표했다. 이미 리스 차량 판매 비중을 기존 대비 7배 늘리는 데 성공했고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면 2026년부터 모든 차종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강현 현대차(005380)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5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분명한 것은 우려하는 것만큼 IRA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서 부사장은 현대차가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 차량 판매에 집중해 이미 충분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 광물과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했지만 리스와 렌털 등 상업용 전기차는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IRA 전기차 보조금에 대응하기 위해 5%에 불과하던 미국의 리스 차량 판매 비중을 지난달 말 기준 35%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모든 차종이 IRA 보조금을 받는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이 2025년 양산을 시작하고 SK온과의 배터리 합작공장도 가동되면 이듬해부터 전 차종이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차 사업에서 이미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전기차에서 정확히 얼마의 마진이 나오는지 공개할 수 없지만 현재 수익이 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부문의 마진 10%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 중인 중국 전기차 업계에 대해서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구 전무는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상을 휩쓸고 있고 소비자들도 강점을 보고 현대차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로 3년 가까이 계속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사실상 끝났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서 부사장은 “1분기에 생산 목표를 99% 달성했고 2분기에도 계획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반도체 수급난은 국지적으로 남아 있지만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는 경영 실적 발표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우선 배당 기준을 기존의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변경했다. 배당 성향은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으로 설정했다.
배당 주기는 기존 연 2회(반기)에서 연 4차례(분기)로 늘렸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유인을 높이는 동시에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현대차는 향후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도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