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대항마로 거론되던 구글의 첫 AI 챗봇 서비스 ‘바드'(Bard)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일반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달 초 열린 시연 행사에서 서비스 수준이 설익었다는 평가를 받은 지 약 한달 반 만이다. 경쟁 모델에 비해 약 4개월이나 지난 뒤 출시됐지만 멀티 모달과 추론 등 성능에서는 물론 서비스 연계 부분에서도 챗GPT에 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21일(현지시간) 자사 거대언어모델(LLM)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한 바드를 영국·미국에서 이용자 일부를 대상으로 최초 공개했다. 영미권 이용자들에게 먼저 피드백을 받은 뒤 공개 국가를 넓혀나갈 예정인 구글은 모델 고도화에 연인원으로 약 8만 명의 직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시는 LLM 부문에서 경쟁 상대인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지 4개월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 ‘하루가 10년처럼 변하고 있다’는 최근 AI 기술의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짧지 않은 기간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구글이 오픈AI에 대항할 놀라운 기술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결과물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한 AI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클라우드의 생성형 AI 앱 개발 도구인 ‘앱 빌더’와 같은 제품을 통해 생태계를 만드는 등 차분히 대응하고는 있지만 그런 전략을 고려해도 오픈AI의 챗GPT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일부 외신들은 고급 추론·요약 등 챗봇 서비스의 성능을 가늠하는 부분들에서 바드가 경쟁 모델인 챗GPT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하는 요청에도 ‘나는 언어모델이라 그런 요청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으며 윤리성 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점을 드러냈다. ‘피싱 메일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에 바드는 여러 줄의 답변을 내놓았다. 챗GPT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모델들이 위법한 요청에 답변을 거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픈AI 역시 윤리문제와 할루시네이션(환각) 등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앞서 노출했지만 신속하게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오류와 한계를 빠르게 개선했다. 실제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말 GPT-3.5 공개 후 2개월 만에 모은 1억 명의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한 후 4개월도 안된 이달 14일 GPT-4 모델을 선보였다. 게다가 챗GPT는 문자에 더해 이미지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사용성이나 활용성 면에서도 경쟁 모델을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의 챗봇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고 성능도 떨어지는 만큼 검색엔진 등 각종 서비스에 AI를 연계하는 작업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경쟁에서 열세에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S는 이날도 구글 바드 출시를 견제하듯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서비스 ‘달리(DALL-E)’를 자사 검색 엔진 ‘빙’과 결합하며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MS의 최근 행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구글은 “바드는 구글 검색에 대한 보완이 될 수 있다”며 “바드 내 ‘구글 잇(Google it)’ 버튼을 클릭하면 검색이 새 탭에서 열려 관련 결과를 더 자세히 찾아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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