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권역심뇌혈관센터에 2명의 환자가 거의 같은 시간에 뇌경색으로 이송된 적이 있었다. 두 환자 모두 70대로 비슷한 연령이었지만 거주지에 따라 예후가 확연하게 달랐다. 대전에 사는 환자는 뇌경색이 발생한지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해 빠른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하지만 태안에 거주하는 환자는 2개 병원을 거치느라 이송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채 퇴원했다. 현장에서 흔히 겪는 일인 데도 익숙해지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을 바꾸겠다고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명 심뇌법을 제정한지 5년이 넘었다.
대한뇌졸중학회의 뇌졸중등록사업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의 18.2%,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39.6%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70개 응급의료 ‘중진료권’ 중 절반 이상은 아직 뇌졸증 센터로 인증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라, 강원, 충청 일부 및 경기북부 지역 등의 환자들은 가까운 뇌졸중센터로 가기 위해 차량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흔히 뇌졸중이 발생하면 가까운 응급의료센터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적지 않은 응급의료센터들이 뇌졸중 치료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취약지역의 지방의료원 하나를 심뇌혈관질환을 24시간 진료 가능한 곳으로 만들려면 시설 및 장비에만 수백 억 원, 유지하는 데도 매년 수십 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금전적 투자만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학회는 첫 번째 대안으로 기존 권역심뇌혈관센터 체계 확대 강화를 제안한다. 현재 14개인 권역심뇌혈관센터를 20~30개까지 증설해 전국을 커버하는 심뇌혈관질환 치료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14곳의 권역센터로는 기존 기능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고난도 시술이나 수술을 24시간 커버할 수 없다.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심뇌혈관질환의 치명률을 감소시키고 각종 진료 지표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에 버금가게 만들 수 있다는 근거는 이미 확보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심뇌혈관질환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중증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전문치료를 권역센터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놨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하지만 권역센터 확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고작 14개 센터로는 전국을 커버할 수 없다. 중증 응급의료센터가 심뇌혈관질환 치료 체계와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빠졌다.
두 번째 해결책은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이송 및 지역 병원들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의 치료를 분담할 지역심뇌혈관센터 설치도 시급하다. 미국은 1800개 이상의 뇌졸중센터를 갖췄다. 우리나라는 권역 및 지역에 심뇌혈관센터를 최소 100개 이상 확보해야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가능하다.
지금도 매년 10만명 이상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제대로 된 치료 기회를 갖는 환자가 얼마나 적은 지를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은 아무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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