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구현모 KT 사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7년 만에 참석한 이 행사는 500명이 넘는 경제계 인사로 성황을 이뤘지만 두 수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일부 기업 CEO 연임에 반대하는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행사에 앞서 30대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포스코와 KT는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초청 명단에 포스코와 KT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과 CEO 연임 문제를 놓고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관측에 대해 “경제계 신년인사회 참석자는 관행대로 경제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들은 신년인사회 초청 대상 기준과 명단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최 회장과 구 사장의 행사 불참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인 데다 현직 대통령의 참석도 7년 만이기 때문이다.
이들 CEO의 불참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최근 이들 기업의 CEO 연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펴는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실제로 국민연금은 최근 포스코와 KT 등 소유 구조가 분산된 특정 대기업의 CEO 연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력 핵심부의 의중을 읽은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 CEO의 연임을 막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결정하는 이사회 당일날 회장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구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포스코와 KT는 각각 최 회장과 구 사장이 이날 행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7년 만에 온 행사인 데다 최근 정부도 기업인들의 의욕을 복돋아주는 상황에서 굳이 참석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민간 기업 CEO의 연임 문제에 관치가 다시 개입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포스코·KT와 정부의 불편한 관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 회장과 구 사장을 향해 “연임을 할 정도의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포스코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2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조여원 늘었다. KT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12조58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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