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은행 창구 막히자 대부업 몰려간 취약층…대출신청 85% 급증

■6·27 대출규제 후폭풍

하루평균 대출신청 7200건 넘어

신청자 중 저신용자가 43% 차지

대출승인율 12.8% 불과…4%p↓

높아진 문턱에 사금융 시장 내몰려

"실수요자 중심으로 숨통 틔워줘야"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한 정부의 ‘6·27 대책’ 이후 대부 업체의 신용대출 신청 건수가 85%가량 폭증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상호금융권 같은 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급전을 구하지 못한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대부 업체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간 상위 30개 대부 업체의 하루 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가 720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일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가 3875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85.8%나 늘어난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부업은 ‘6·27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부 업체의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주요 금융사 접근이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뜻이다. 규제 적용 후 최근 2주 동안 대부 업체에 신용대출을 신청한 차주의 42.9%는 신용점수 300점대 이하의 저신용자였다.

문제는 대부 업체 역시 제대로 된 대출 공급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30개 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12.8%로 올 1~5월 평균(16.5%)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가 신용대출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로 서민들의 자금줄이 막혀서는 안 된다”며 “취약 계층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업 수요 급증에도 승인율 4%P↓…"획일적 규제 손봐야


뉴스1


‘6·27 대출 규제’ 이후 서민들의 자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신용대출이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50~70% 안팎씩 급감한 데 이어 2금융권에서조차 밀려난 이들이 대부업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 업체들도 대출 승인율을 낮추면서 고객을 골라 받고 있어 저소득·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는 6·27 규제 이후 높아진 대출 문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상위 30개 대부 업체(대출 거절자의 신청 건수를 집계하지 않은 4개사 제외)의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총 8만 640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신청 건수는 7201건으로, 올해 1~5월 일 평균(3875건)과 비교해 85.8%나 늘었다.

대부 업체의 문을 두드린 이들 대부분은 취약차주들이었다. 6·27 규제 이후 대부 업체 신용대출 신청자(2만 4997명)의 95.1%는 신용점수 700점대 이하의 중저신용자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특히 최하위 등급으로 간주되는 300점대 이하의 비중은 42.9%였다.

자금 융통에 성공한 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6·27 규제 뒤 대부 업체의 신용대출 승인율은 12.8%에 불과했다. 올해 1~5월 평균 대출 승인율(16.5%)보다 3.7%포인트 낮아졌다. 8만 6409건의 신청 중 실제 대출에 성공한 것은 1만 1059건에 그쳤던 셈이다. 한 대부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 규제가 나온 상황에서 업체들도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신용자들이 몰린 것도 승인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꺼낸 규제가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연봉의 2배까지 허용했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했고 카드론마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며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조이고 있다. 특히 6·27 규제의 사각지대로 지목되는 대부업에 대출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밀착 관리를 해오고 있다.

금융 당국이 연봉 3500만 원 이하 계층과 결혼과 입원 등 긴급 사유의 경우 신용대출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1·2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해진 이들이 대부업을 찾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대부 업체에서조차 돈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 15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차주들은 최대 6만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에서 이용한 금액은 3800억~7900억 원 수준이다.

당국 안팎에서는 대출 규제를 시행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조정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소 3개월 정도는 지금의 틀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주택담보대출 부분보다는 서민과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의 숨통을 틔워 줄 정책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숫자에 경도되지 말고 자금 수요의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며 “상환 이력, 청년층 등 실수요자의 특성을 감안해 경직된 대출 규제를 유연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은행 창구 막히자 대부업 몰려간 취약층…대출신청 85% 급증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