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러시아 공항세관으로부터 11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러시아 관세 당국이 이례적으로 큰 금액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업계에서는 서방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22일 인천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를 경유하고 독일 프랑크프루트로 가는 화물편(KE529편)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관제당국의 이륙허가를 받고 출발했으나 공항세관으로부터 출항절차 일부가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항 전 받아야 하는 세관의 직인 날인이 생략된 채 이륙해 위법이라는 게 당국의 주장이다. 러시아 공항세관은 1년여를 넘긴 지난 2월 24일 대한항공에 80억 루블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당국의 과징금이 과도한 수준의 제재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법규에 따라 모든 서류와 데이터를 제출하고 화물을 정상적으로 통관한 뒤 세관으로부터 전자문서로 사전승인까지 받았다”면서 “이후 국경수비대와 공항 관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항공기를 이동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세관의 직인 날인을 제외한 모든 절차를 지킨 만큼 위법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러시아 세관 당국에 수차례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이의 제기를 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은 “모스크바 항공해상교통 검찰청이 직권으로 세관 조치를 심사 중이고 절차 종결 이후 연방관세청에서 심의할 예정”이라면서 "성실한 소명 작업과 동시에 행정소송 등 과도한 과징금 처분 취소·경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 업계에서는 1000억 원이 넘는 큰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된 배경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시기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 2월 24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러시아 당국이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시점부터 서방 제재 동참 가능성을 예상하고 한국에 메시지를 준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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