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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사와 아가씨' 이세희가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

'신사와 아가씨' 이세희 / 사진=가족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세희가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KBS 주말극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신인인 그에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음과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이 따르는 자리였다. 그는 선배들의 응원과 위로 속에 당당히 작품을 마무리했고, 신인상까지 품에 안았다. 이제는 날개를 달고 날아갈 일만 남았다.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극본 김사경/연출 신창석)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가씨 박단단(이세희)과 신사 이영국(지현우)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박단단은 이영국의 삼남매를 가르치는 입주 가정교사로 그와 인연을 맺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KBS 주말극은 전통적으로 황금 시청률을 자랑하는 시간대다. 신인 배우인 이세희가 이런 작품에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처음 오디션을 본 것도 박단단의 사촌동생인 강미림 역이었을 정도로 박단단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2차에서 박단단 역 오디션이 됐더라고요. 그때도 믿기지 않았어요. '내가 왜? 나를 누가 안다고?'라는 마음이었죠. 그런데도 '어차피 내가 될 가능성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은 편하더라고요. 당연히 저보다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오디션은 정말 길게 봤어요. 기존에 나눠줬던 한 시간짜리 대본도 읽었고, 처음 보는 대본의 대사도 했어요."

'신사와 아가씨' 스틸 / 사진=KBS2


가벼운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으나, 박단단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합격 통보에 충격을 받은 이세희는 10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 캐스팅이 바뀔까' 염려되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다시 바뀔 수도 있는 거고요. 캐스팅 기사가 떴을 때도 조마조마했고, 현장에 갈 때까지도 어려웠는데 현장에 도착하니까 그때야 '내가 됐구나' 싶었죠. 단단이가 초반에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저도 서울에 혼자 올라와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감독님께 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단단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웃음)

합격의 즐거움도 잠시, 이세희 앞에 놓인 건 52부작의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이끌어야 된다는 부담감과 주연의 무게였다.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누가 되지 말아야 된다"는 마음뿐이었던 이세희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건 선배들의 위로와 응원이었다.

"첫 촬영 때 부담감이 상당했어요. 감독님도 그걸 아셨는데, 절 배려해 주시려고 2~3신만 잡으셨어요. 신 중간에 밥 먹고 족욕하는 카페에서 릴랙스도 하고 왔으니까요. 선배님들을 비롯해 동료 연기자들 모두 저한테 하나라도 좋은 말을 더 해주려고 했어요. 오현경 선배님은 최고급 소고기를 보내주시면서 '타지에서 혼자 힘들 때 좋은 거 먹어야 된다. 그래야 더 잘 이끌 수 있다'고 해주셨고요. 이일화 선배님은 '물도 좋은 거 먹어야 된다'며 여러 가지 보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현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신사와 아가씨'는 최고 시청률 38.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세희 역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황금 시간대라 시청률이 잘 나올 줄은 예상했지만, 자신이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이모들이 '단단아'라고 부르면서 반찬을 하나씩 더 주더라고요. 그때 인기를 실감했어요. 엄마가 원래 자주 가던 마트가 있는데, 회원 이름이 저로 돼 있어요. 갈 때마다 점원이 알아봐 줘서 엄마도 많이 뿌듯해하세요. 시청자 댓글도 정말 감동적인 게 많아서 힘이 나요. 보다가 운 댓글도 몇 개 있습니다."(웃음)



이세희의 노력은 신인상으로 돌아왔다. 이세희는 2021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시상식에 처음 가 봐서 그 자체로 신났다. 주변에서는 '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난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막상 상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 내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단단을 만나면서 이세희 역시 단단해졌다. 필라테스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면서 체력이 좋아질 수 있었다. 매일 촬영이 이어지면서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어지만 끝으로 갈수록 더 단단해졌다.

"전에는 호흡이 길지 않고, 짧게 끊어 가서 깊이 있게 못 들어갔는데 이번에 호흡이 긴 작품을 하게 됐잖아요. 어떻게 하면 몰입도를 빨리 올릴 수 있는지, 기본기를 어떻게 더 잡아야 되는지 정말 배운 게 많아요. 또 수많은 선배님과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추면 감정적이로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것도 느껴지고요. 체력적으로는 단단해졌고 감정적으로는 성숙해졌어요."



이제 배우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이세희. 그가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건 치위생과에 다니던 26살 무렵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배우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는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회상했다.

"실습이 다 끝나고 불 꺼진 천장을 보는데 '나는 맨날 주말만 기다리는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더라고요. 그래서 엄마에게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죠. 엄마는 '네 인생인데 하라'고 답했어요. 그 순간 '내가 가족을 부양해야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된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선택은 제 몫이에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도 앞만 보고 달렸으니까요."

늦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연기자의 문을 두드리며 드디어 빛을 발한 셈이다. 다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30세가 됐을 때가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갖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연기가 매력적이라 더 이어온 것 같아요. 간접적으로 잠시나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전 소심한 편이라 화장실 간다는 말도 잘 못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앞으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단단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전 이 일을 정말 오래 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다양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나 계획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저 연기를 하면서 느낀 짜릿한 감정을 기억하고,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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